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지혜나무와 떠나는 미미행_도쿄건축3

<기고글> 랩 타임스 LAB TIMES vol.9 2018년 12월호

전통과 현대건축이 공존하는 곳, 우에노 공원



만약 도쿄 건축과 미술을 한 장소에서 다 ~~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장소를 물어본다면 우에노 지역이다. 이곳은 도쿄에서 미술관과 박물관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특별전시까지 다 보려면 하루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코스다. 어쩌면 일주일 동안 내내 보아도 다 못 볼 만큼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호수와 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진 우에노 온시 공원만으로도 산책하기 좋고, 만약 아이와 함께라면 일본 최초의 동물원과 식물원 그리고 안도 다다오가 리모델링해서 더 유명해진 ‘도쿄 국제 어린이도서관’에 가면 좋다.

물론 어린이뿐 아니라 우에노는 건축전공자들의 필수 코스로 전통건축에서 도시재생공간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쿄 국제 어린이도서관’(1906년 건축, 1996년 안도 타다오가 리모델링)
메이지시대의 네오 르네상스양식의 건축. 원래 서양식 건축의 구조위에 다시 현대적인 건축으로 리모델링. 특히 이전 건물 외벽을 새건축의 안쪽 복도로 활용한 부분이 돋보인다.

이곳에는 근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국립 서양 미술관’(1959년)이 있고 그 건너편에 그의 제자 마에가와 쿠니오가 설계한 ‘도쿄 문화회관’(1961년)이 있다. 또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컬렉션을 자랑하는 ‘도쿄 국립박물관’(1877년), 자연사와 과학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과학박물관’이 있다.

마에가와 쿠니오의 도쿄문화회관, 르 꼬르뷔지에의 대표 제자답게 콘크리트로 지어진 르 꼬르지에표 근대건축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쿄 천도 500년 기념사업으로 지어진 건축으로 도쿄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관람할수 있는 본격적인 음악홀이다.


근대건축뿐만 아니라 온시 공원으로 걸어가다 보면 ‘우에노도쇼구 신사’(1651년)와 ‘간 에이지 기요미즈 관음전’(1631년)과 같은 전통건축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일본 최초의 공립 미술관 ‘도쿄도 미술관(1926년)’과 ‘도쿄 예술대학  미술관’이 있어서 특별전이 있는 시기에는 더 북적거리는 거리 풍경이 된다. 또한 계속 눈길이 가는 건축으로 현재 도쿄 예술대학 음악학부 건물이자 '옛 동경 음악원'은 메이지 시대의 목조건축(1890년 건축)까지 볼 수 있으니 만약 역사와 미술, 건축을 좋아한다면 도쿄에서 우에노만큼 더없이 반가운 곳도 없을 것이다.

도쿄도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원형조각
도쿄예술대학 미술관
구동경음악학원은 일본 최초의 음악 학교로 메이지 20년(1887)에 개교했다.




이제 본격적인 우에노 미술 건축여행을 떠나보자. 혹시 전통건축과 근대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 일찍 산책할 겸 ‘옛 이와사키 저택 정원’을 도쿄 건축여행의 첫 번째 코스로 권하고 싶다.

옛 이와사키 정원 저택

이곳은 일본 최초 서양 건축을 도입한 영국 건축가이자 도쿄대학의 첫 번째 건축과 교수였던 조사이어 콘더(Josiah Conder)에 의해서 19세기 빅토리아 절충주의 양식 - 네오 르네상스와 이슬람 양식 - 으로 1896년에 지어진 건축이다.  개인적으로 이 건축에서 가장 놀라운 공간은 서양식 건축과 연결된 복도를 따라가면, 장벽화가 그려진 문과 일본 전통 다다미 방을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이 건축에서 서양관은 손님을 접대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일본관은 이와사키 가문의 가족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곳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직 서양식 건축이 과시적으로 지어졌을 뿐 일상으로는 자리잡지 못한 과도기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건축이다.

옛 이와사키 정원 저택의 입구




옛 이와사키 정원 저택에서 상쾌한 아침을 보내고 우에노 공원 쪽으로 계단으로 올라가면 곳곳에 버스킹 하는 장면도 볼 수 있고 운 좋으면 공원 중간에서 하는 마술쇼 같은 것도 구경할 수 있다. 계단으로 올라 우에노온시 공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특별기획전을 많이 하는 '우에노 모리 미술관'이 나오고 거기서 좀 더 가면 앞서 설명한 '도쿄 문화회관'이 보인다.

그 건너편에 보이는 건축이 바로 근대건축의 아버지로 알려진 르 꼬르뷔지에가 1959년에 직접 설계한 '국립 서양 미술관’이다. 미술관 입구에서 보이는 정원에는 실제 19세기 조각가 로뎅이 주조한 ‘지옥의 문’, ‘카레의 시민’, ‘생각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미술작품이 연대기 순으로 수준 높은 컬렉션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모네나 세잔, 고흐와 피카소 그리고 잭슨 폴록과 같은 유명한 미술작품을 유럽이나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가까운 도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르 꼬르뷔지에가 직접 설계한 이 건축물은 2016년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등 7개국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17개 건축 작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브루델의 활쏘는 헤라클레스
로뎅의 지옥의 문
로뎅의 카레의 시민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이웃에 '도쿄 국립과학관’이 있다. 이 과학관은 과학뿐 아니라 자연사 박물관까지 함께 있는 종합박물관의 성격을 가지기에 들어가 보면 공룡 뼈에서부터 우주의 신비까지 만나 볼 수 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탈아입구'하고자 했던 당시 일본은 서양식 박람회를 이곳 우에노 공원에 개최한다. 1877년 제1회 내국권업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이 건축에서 국립 도쿄 과학관이 개관된다. 이 과학관을 시작으로 동물원과 식물원,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과 박람회 사무소와 대학이 하나씩 들어서게 된 우에노 지구는 철저하게 제국의 입장에서 제국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된 곳이라는 것을 잘 알 보여준다. 하지만 오늘날에 우에노 지구는 도쿄의 대표 "문화예술지구"로 여행객 입장에서나 일본인들에게도 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 하겠다.

도쿄국립종합과학박물관

네오 르네상스식 벽돌건축인 국립 종합과학박물관을 지나면  우에노 공원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도쿄 국립박물관’이 보인다. 모두 다섯 동의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오래된 건축은 ‘효케이관’으로 1909년에 조사이어 콘더의 제자 타야마 도쿠마에 의해 설계되었다. ‘본관’은  와타나베 진의 설계로 1938년에 개관, 제관 양식으로 불리는 본관은 서양의 콘크리트 건축기술과 일본의 전통 건축이 만난 '화혼양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건축이다.

본관 (출처:위키피아 이미지)
제관양식이 돋보이는 와타나베 진 건축의 본관 지붕모습
효케이관
헤이세이관 내부 하니와 전시실
동양관 (출처:위키피아 이미지)

본관 뒤쪽으로 특별전을 주로 하는 ‘헤이세이관’과 연결되어  있다. 만약 본관에서 조몬 토기나 하니와를 많이 못 봤다면 헤이세이관에서 더 다양하고 자세하게 고대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동양관’은 쇼와시대에 활약한 근대 건축가인 다니구치 요시로의 건축이다. 그의 아들이자 뉴욕 모마(Museum  of  Modern  Art)의 건축가로도 유명한 다니구치 요시오가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인 ‘호류지 보물관’을 설계했다. 특히 호류지 보물관은 모던한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더 놀라운 장관이 펼쳐진다. 건축사적으로도 아버지와 아들의 건축물이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경우도 참 드문 사례이지만 각각 자신의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으로 사이좋게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호류지 보물관




혹시 시간이 더 있다면 우에노를 벗어나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 근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건축까지  만나보기를 권한다. 바로 라이트가 제자인 엔도 아라타와 함께 설계한 ‘자유학원 명일관’이다. 이렇듯 근대 건축을 대표하는 르 꼬르뷔지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직접 건축을 설계한 아시아의 도시는 아마 도쿄 뿐일 것이다.  

자유학원 명일관

우선 우에노역에서 이케부쿠로 역으로 이동한다. 역에서 나와 15분 남짓 걷다 보면 주택가 안으로 초록색의 라이트의 초기 건축형태인 프레리 하우스 같은 나지막한 건물이  보인다. 사실 일본에 있는 유명한 라이트의 건축은 1923년의 관동대지진에도 살아남은 ‘제국  호텔’이지만, 현재  나고야로  이축되어 도쿄에는 없다. '자유학원 명일관’은  학교의 교장 부부가 1921년 당시 ‘제국 호텔’을 설계하기 위해서 일본에 와 있던 라이트에게 설계를 의뢰한 곳으로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라이트의 건축인 셈이다.   

다른 라이트 건축이 그러하듯 그의 건축은 건물 자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인테리어 가구 스테이드 글라스로 된 창문과 조명까지 모두 하나의 컨셉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명일관을 제대로 보려면 꼭 내부의 모습까지 보고 나오기를 권해주고 싶다.


명일관만 보고 가는 것이 조금 아쉬운 사람은 이케부쿠로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20분 정도를 가면 정말 감동적인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이케부쿠로 역에서 이다바시로 가서 도자이선으로 환승해서 와세다 역에서 내린다. 거기서 도보로 십여분을 가면 요요기 공원을 건축한 단게 겐조의 또 다른 걸작인 도쿄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만날 수 있다.

도쿄 성모마리아 대성당

단게 겐조의 이 아름다운 성당 역시 내부를 보고 나오면서 감동이 두배가 된다.


-계속-




이 글은 2018 Winter Vol.09_랩 타임스 LAB TIMES에 실린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혜나무와 떠나는 미미행_도쿄건축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