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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나무와 떠나는 미미행_도쿄건축2

<기고글> 랩 타임스 LAB TIMES vol.9 2019년 12월호

하라주쿠에서 오모테산도까지의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을 보는 날 만약 아침부터 서둘렀다면 또 다른 핫 플레이스도 도전해 보자. 바로 롯폰기(六本木)다.

롯폰기는 이국적 분위기의 클럽과 바도 많고, 도쿄에서도  전통을 자랑하는 살사 바가 모여있는 곳이며, 트렌디한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다. 맛집 투어족에게도 다양한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도쿄타워’와 여러 장소들까지...

이 지역은 도쿄 건축 답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오리가미, 투구, 갑옷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접히고 겹치는 디테일과 명암의 대비가 조화를 이루는 이 건축은 콘 페데르센 폭스 사무소 작품이다.   출처/ 롯폰기힐스 웹사이트


월요일에는 롯폰기로~

롯폰기를 여행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요일"이다. 일반적으로 도쿄의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의 휴관일은 월요일이다. 반면 이곳 롯폰기 지역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화요일에 휴관을 한다. 따라서 "월요일엔 롯폰기로" 코스를 짜는 것은 일정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여행 팁이다.

롯폰기에 위치한 폴 스미스 PAUL SMITH 매장 내부모습

혹시 1990년대에 롯폰기를 가 보았던 사람이라면 이곳을 24시간 네온사인이 화려한 파칭코 가게들과 클럽이 즐비했던 도쿄 밤문화의 중심지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로 치면 좀 다르긴 하지만 예전의 이태원 거리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롯폰기는 원래 종전 후, 미 육군 및 연합군 관리가 이 지역에 여러 행정 관련 시설을 건설하면서 외국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던 곳이었다. 근처에 여러 미군기지 및 시설이 들어섰고 미군기지들 때문에 서양 물품을 파는 가게, 서양식 음식점들이 번창했고 심지어는 사창가와 호스티스 바들도 성업했었다. 1960년대는 이곳의 디스코 바가 유행을 하게 되고 매스컴에서 조명되면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도교의 대표적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1989년 이후 버블경제와 불황 이후 클럽들은 서서히 문을 닫았고, 이곳은 슬럼화 되게 된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롯폰기 힐즈’를  중심으로 롯폰기 도시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롯폰기는 오늘날 첨단 문화 예술지역으로 탈바꿈하였다.


일명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도쿄 신미술관’,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 힐즈’과 안도 다다오 건축의 ‘21_21  DESIGN SIGHT’ 말고도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는 롯폰기는 미술과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반할 수밖에 없는 장소다.

물론 도쿄 신미술관과 모리 미술관, 산토리 미술관 등에서 좋은 전시가 있다면 하루로는 절대 부족한 코스다. 그러나 건축들만 보고자 한다면 오모테산도에서 네즈미술관까지의 건축들을 둘러보면서 샵 안들도 구경하며 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네즈미술관까지 가게 된다. 그렇게 모든 건축들을 다 보지 않더라도 그냥 두리번두리번 쉬엄쉬엄한 산책만으로도 참 좋은 코스이다.


먼저 ‘도쿄 신미술관’은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일본을 중심으로 건축의 중요 사상이 되었던 메타볼리즘 Metabolism 건축의 대가 구로사와 기쇼가 설계, 2007년에 완공된 곳이다.

그의 후기 작업에 속하는 이 건축 역시 건축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건축 스스로가 신진대사를 하는 메타볼리즘 건축의 연장선에 있다. 파도무늬를 연상케 하는 외관의 리듬감은 건물 전체에 반복되며 마치 거대한 생명체같이 움직이는 형상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를 형성하며 건물 내부에 있을 때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상설전시는 없고 우리나라의 예술의 전당처럼 주로 기획전시를 많이 하는 이 도쿄 신미술관은 롯폰기 여행의 시작이자 필수 코스다. 특히 신미술관 3층에 있는 폴 보퀴즈 프렌치 레스토랑은 미슐랭 별 3개의 소문난 맛집이다.
리옹의 대표적인 셰프 레스토랑의 해외 1호점인 이곳의 가격이 좀 비싸지만 런치 시간에는 그래도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니 만약 리옹의 프렌치 정통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 것, 당연히 미리 예약은 필수이다. 또 하나 지하에 내려가면 아트샵이 있는데 다른 뮤지엄 아트샵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도 큰 편이니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역삼각형뿔모양의 위쪽이 바로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여기서 10분쯤 걸어가면 ‘도쿄 미드타운’이 나온다. 이곳은 넓은 녹지공간과 함께 6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숍, 레스토랑, 오피스, 호텔, 녹지, 미술관 등의 시설이 모여 있어 그 자체로 복합도시다. 미드타운 타워의 중심에는 구마 겐고가 디자인 한 ‘산토리 뮤지움’이 있다. 생활 속의 미를 기본이념으로 활동을 펼쳐 온 이곳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테마로 일본 디자인을 세계에 넓히는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도쿄미드타운
구마겐고 디자인의 미드타운 내부 인테리어

미드타운 밖 공원에는 일본식 종이접기 오리가미를 연상시키는 안도 다다오의 ‘21_21 DESIGN SIGHT’도 있다. 일반인들이 디자인을 재미있게 접하고, 신선하고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21_21

여기에서 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하늘에서 가장 가깝다는 53층 ‘모리 미술관’이 있는 ‘롯폰기 힐즈’가 보인다.

롯폰기 재개발의 중심이 된 바로 그 건축이다. 광장에 들어서면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 조각가인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대형 거미 조각, <마망>이 우리를 반긴다. 전망대와 미술관을 묶어서 할인하는 표를 구매하면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전시와 함께 52층 전망대에서 멋진 도쿄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Maman (1999) is a bronze, stainless steel and marble sculpture by the artist Louise Bourgeois, 롯폰기힐즈
53층에 위치한 모리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계속-




이 글은 2018 Winter Vol.09_랩 타임스 LAB TIMES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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