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HR Essay
우리 부서 선배 한 명이 급작스럽게 퇴직 의사를 알렸다. 급작스러운 통보에 담당 팀장과 부서장은 계속해서 설득했지만 이미 떠난 마음은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급히 출근해달라는 요청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까지만 출근하겠다고 했고 당장 우리는 그가 하던 일의 인수인계를 준비했다. 그의 퇴직은 빠르고도 조용히 처리되었고 마지막 날에서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의 자리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신입사원을 기다리며 텅 빈 의자와 책상만이 남았다.
이렇게 한 사람을 보내 놓고 보니 아쉬운 점이 참 많다.
그가 퇴직을 결심하기까지 현재 상황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과 케어가 있었다면...
퇴직 결심을 하고 나서 그와 제대로 된 방법으로 대화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면...
무조건 서운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해주고 축복해줄 수 있었다면...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직원 한 명에게 투자한 비용, 시간 등을 고려하면 그의 퇴직은 분명 손해다. 채용과 퇴직이 쉽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그의 선택에 '배신'이라는
감정이 먼저 앞서게 되고 부끄럽고 안 좋은 일인 것 마냥 쉬쉬하면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의 퇴직은 다른 회사로의 이직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흔히 퇴직의 첫 번째 이유는 연봉이라고 생각하지만, 퇴직자들의 이야기를 실제로 들어보면 연봉은 그리 중요한 이유가 아니다. 팀장의 리더십 스타일, 자신의 커리어 패스, 회사의 구조적 결함 등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퇴직자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생각보다 많은 유용한 것들을 알 수 있는 이유이다. 퇴직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의 솔직한 대답만 들을 수 있다면 우리 회사 자체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를 존중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회사를 떠나면서도 우리의 홍보대사로 만들 수 있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퇴직자로부터 솔직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면담이든 질문지이든 정교하게 짜인 방법과 타이밍, 데이터의 활용 등 HR 부서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또한 이 데이터를 어떻게, 어디까지 믿고 활용할지에 대한 경영자들의 생각 또한 중요하다.
오늘 우리 회사를 나간다고 해서 그가 영원히 우리의 적은 아니다. 우리 회사를 나가더라도 우리의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나간 그 사람은 우리의 우호적이고 대표적인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 축복해주고 응원해준다면 또한 그의 성공은 우리 회사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퇴직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