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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suk Joseph Oh Jun 10. 2019

베네딕도회 수도자 생활의 속살

요한수도원 부설 세인트존 대학 신학대학 여름학기 10일차

오늘까지 딱 전체기간의 절반이 지났다. 

어제 저녁 폴 신부님께서 성령강림대축일 제1저녁기도가 끝나고, 옆에 서시며, 점심초대를 해주셨다. 

무슨 말씀하시려는 게 있으신가, 궁금하기도 하고, 혹여 수도생활을 권하시려나 겁도 나고 두근두근했다. 

왜관수도원의 손님의 집에 두번 머물렀는데, 손님의 집에 개인피정으로 머물때 차려주시는 밥먹으러나 주방에 가본 적은 있지, 수도원 안까지 들어가본 적이 없다. 다만, 필리핀 세부에서 30일 영신수련을 할 때, 동료 피정중이었던 세분의 신부님(당시 신학생)들이 착한목자수녀회(Good Shepeard) 에서 초대를 받아 동행해서 그때한번 수녀님들의 공간에서 식사를 해본적이 있다. 

우선 학교생활할때도 바빠서 가보지 않은 호숫가로 나아가 사색의 벤치앞에 옹기종기 식사전 대화를 나누시는 신부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또다시 신부님들의 인도로 식당으로 향했는데, 안에는 미로같아서 어디로 지나갔는지 다시 찾아가라고 하면 못갈 것 같다. 

베네딕도회 수도규칙에 보면, 고기를 먹지않고 매 끼니때마다 두가지 이상의 음식이 제공되지 않도록 씌여 있다. 요한수도원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운영하고, 출판사, 파이프오르간까지 만드는 목공소, 가마와 도자기를 제작하는 공방, 그리고 두차례의 화마를 겪은 탓에 (왜관수도원도 안타깝게 화재가 있었고, 지금의 대수도원 건물이 화재이후 최근에 다시 건립한 것이다.) 소방서를 운영한다. 그래서 수도규칙에 있어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식사는 오늘 아침 학교 식당에서 먹었던 동일한 메뉴의 아침식사와, 점심메뉴가 같이 제공되고, 다른 점이 있다면, 학교식당은 주류가 없지만, 식전주로 맥주, 와인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메구로 성당과 나가노 수도원에 계셨던 윌리엄 신부님, 저의 피아노 선생님인 로버트 신부님, 초대해준 폴 신부님, 오늘 미사 후주로 트럼펫을 연주하고, 학교 음대 사무실에서 조교로 일하는 제이콥 군과 로마 교황청립 안셀모대학에 다녀왔던 제이콥 신부님과 한테이블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제이콥 군은 학부 4년을 마치고, 이번 방학에 일까지 하면서 4년이상을 이곳에서 보내는데도, 이 내밀한 구역에 처음 와본다고 하는데, 고작 여기온지 10일밖에 안된 내가 신부님들 식사초대를 받는다는게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한국의 참보이스앙상블 형님들과 지휘자선생님은 광주로 워크샵을 내려들 가셔서 은퇴하신 최창무 대주교님으로부터 성령의 7가지 은사카드를 뽑았다는데, 올해 내 성령의 7가지 은사중의 하나는 수도생활로의 '초대'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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