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wasuk Joseph Oh Jun 04. 2019

천사의 격려, 어둠의 시험

미네소타 주 분도회 요한수도원이 설립한 세인트존 대학교 신학대학 여름학기

가톨릭이고, 개신교고 은총 혹은 은혜를 받으면, 반드시 시험에 주의하라고들 하신다. 피정이 끝나도 그렇고, 금식기도가 끝나고 기도원에서 내려올 때도 목회자분들은 신신당부를 한다. 

세인트 존 대학에서 전례음악 석사 입학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5월23일이었다. 바티칸 국제성가세미나가 끝나고 로마에 이틀 더 머물때, 우리 일행은 주제발표하신 신부님 중의 한분인 조르디-아구스티 피케 학장신부님(필자 주: 영미권에서는 아무개 신부님을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고, 우리는 김신부님, 홍신부님 처럼 성을 부른다.)께 연락을 해서 전례수업참관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곳이 분도회 계열의 교황청립 안셀모대학 산하 전례연구소다. 거길 다녀오고 나서, 음악학사가 없이 교회음악석사를 할 수 있는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미네소타 주의 요한수도원이 설립한 세인트 존 대학이다. 일찍이 '렉시오 디비나' 책을 출판하시고, 방송과 본당특강으로 수도영성을 신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계신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님을 비롯해 왜관 분도회 신부님들이 세인트 존 대학에서 수도영성을 공부하신 분들이 몇 분 계시다. 여름학기에도 신학대학에서 음악과 수도영성을 비롯해 신학 과목을 들으러 미국 각지, 세계 곳곳에서 미네소타주 세인트폴/미네아폴리스에서도 1시간 반을 더 달려 마치 하회마을처럼 호수가 휘감은 깊은 곳까지 마다않고 찾아온다. 2019-2020 학기 입학과 여름학기 얘기가 그레고리안성가와 합창을 가르치시는 Anthony Ruff 오르가니스트 신부님께서 성악과 기악 레퍼토리를 보내라고 하셨다. 여러가지 여건상 성악 레퍼토리는 학교 연습실에서 녹음해 보낼수 있었는데, 3곡을 준비해야 하는 입학 오디션 내용을 짧은 시간동안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아무래도 가을학기 입학서류전형은 포기해야 할 것 같고, 여름학기때 더 말씀을 나누어 보자고 답장을 드렸다. 그런데 3일간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난 그저 여름학기도 입학이 안되나 보다 하고, 다른 여정으로 비행기표를 다 사놨다. 

미국 현충일 연휴가 되서 다들 휴일을 시작한 토요일 밤에, 세인트 존의 학생담당 직원의 이메일이 왔다. 성악 가르치는 교수님과 6번의 레슨이 잡혔다는 거다. Anthony ruff 신부님과 나눈 이메일을 전달하면서 여름학기때 더 논의해보십사 말씀드렸으나 신부님께서 아무 답이 없으셔서 여름학기도 안되나 보다 싶어 다른 여정을 잡아, 미네소타에 못간다고 바로 답을 했다. 

그때 그리고 뒤도 안돌아 봤으면, 미래가 달라졌을 지 모른다. 학생담당 직원이 다시 메일을 보내면서, 이번 6월내로 한번 세인트 존 대학에 다녀가 레슨이 아니더라도 성악 교수님을 한번 만나보라는 거다. 

기도를 해봤다. 그리고 다른 일정으로 사놓은 환불불가 비행기표만큼을 보전받을 수 있으면, 여름학기에 가겠다고,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일지 모르겠지만 그게 되면 하느님의 뜻이려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학비나 기숙사비에서 할인이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다시한번 여쭈었다. 세인트 존 신학대학에서 손해보는 비행기표값만큼 기숙사비를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3주간 미네소타에 가 있을 동안 짐을 새로 이사할 집으로 옮겨놓고, 집주인에게는 월세주던 날, 퇴거 일주일 전부터 미네소타 가는 비행기가 새벽에 출발하니, 전날 짐빼는 것 부터, 보증금 반환 받는거까지 일일히 자세하게 얘기를 했고, 거부의 의사표시가 없었다. 그런데, 짐 다빼고 정작 미네소타 가기 전날 밤 9시에 만난 집주인은, 처음에는 보증금을 못준다고 하다가, 825불의 보증금중에 350불만 당장 돌려줄 수 있다는 식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주겠다는 약속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미네소타 가기 전날 밤에 당장 퇴거해야 그나마 350불을 주겠다는 식이다. 그 이유는, 내가 한달을 채 살지 않았지만, 한달 비용을 다 내야 한다(나는 이미 그날까지의 렌트를 냈는데, 무슨 말인지...)는 둥, 이사 날짜를 바꾸어서 그랬다는 둥(바꾼다고 했을때 아무말 없이 동의할 땐 언제고...)

애초부터 보증금을 주지않을 생각으로 이유를 대는 것 같았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당장 맡겼던 짐을 다시 찾아와, 미네소타고 뭐고, 825불을 지키려고 움직였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480불을 포기하고 그 날 밤 그집을 나왔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마태 16:24) 



매거진의 이전글 한복과 교황님 일반 알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