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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suk Joseph Oh Jun 04. 2019

신의,충실,정결(Fidelity)

분도회 요한수도원이 설립한 세인트존 신학대학 여름학기 2일차

요한 수도원의 일일전례는 하루 3번이다. 아침기도, 미사, 그리고 저녁기도. 

온전히 하루 전례를 참여하는 첫날, 아침기도는 어느 수도원이나, 피정, 그리고 소성무일도가 아닌 전례시기별로 모든 내용이 담겨있는 4권짜리 성무일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편과 교부들의 말씀독서로 이어진다. 

아침기도가 끝나갈 즈음, 수도원 아빠스(영어로는 Abbot, 즉 수도원인 Abbey 의 대표자라는 뜻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벽미사 복사를 서는데, 분도회 이동호 아빠스가 우리본당에 오셔서 미사를 하셨다. 마치 주교님처럼 지팡이가 있으시고, 복사가 보조해야 할 일들이 주교님 집전하시는 때와 마찬가지다. 분도회는 자치수도원의 경우, 교황청의 허가로 자치수도원장에게 아빠스의 칭호를 부여하고, 아빠스는 한국교회의 경우, 주교회의의 일원이 된다.)가 아직 수도복 착복식을 거치지 않은 듯한 젊은 수도자 한명을 제대로 부르신다. 

"오늘이 형제가 우리와 함께 한 4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간 형제가 보여준 'fidelity'..."

하루 종일 Fidelity 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신의라고 번역하기에도, 충실함이라고 번역하기에도, 정결함이라고 하기에도 무언가 fidelity 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그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 단어보다, 코카서스인(우리가 혹 서양인이라고 말하는 코카서스인은 시베리아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아시아인을 비롯한 비 코카서스 인과 구별하는 물리적 인종구분의 기준으로들 말한다.)치고는 키가 171cm인 나정도 되는 작은 체구의 그 형제가 온 몸으로 순명하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몸 그자체 그대로 그분께 드리는 그 마음이 몸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순명할 수 있을까. 그것조차도 내힘으로 할 수 없고 순명할 수 있는 용기를 그 분께 청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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