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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suk Joseph Oh Jun 04. 2019

인생의 작은 점들이 나도 모르게 연결되고 있었다.

분도회 요한수도원이 설립한 세인트 존 신학대학 여름학기 4일차

일본 도쿄에서 법률사무소 인턴을 할 때 도쿄에 남쪽 메구로에 있는 교회를 나갔다. 

그때 살던 집은 도쿄북쪽의 사이타마 현 소카 시보다도 더 북쪽의 오오부쿠로에 살았고, 회사는 아카사카에 있었다. 서울로 치면, 집은 의정부이고, 회사가 중구이면, 성당을 오류동 쯤 나간셈이다. 그 이유는 매일 회사일이 끝나면, 회사 카타오카 변호사님의 주선으로 도쿄에서 손꼽히는 와타나베 복싱체육관에서 2주간 운동을 했는데, 체육관이 메구로역에서 야마노테선으로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고탄다역이었다. 도쿄메트로를 타고, 메구로에서 내려 고탄다까지 철길따라 걸어가는 일이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성당을 지나치게 되고, 미사도 이 동선에 맞춰 오게 되었다.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인원이 크지 않은 본당이었는데도 시편창을 충실히 하고 있어서 기억에 무척 남고, 특히 그때도 참보이스앙상블의 지휘자선생님과 본당성가대를 할 때라 페이스북으로 주일미사 시편창을 녹화해서 게시하기도 했다. 

세인트 존 대학에 오고 첫 주일을 맞아 여름학기를 방문하는 새 학생들을 서로 소개하며 저녁식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어 신학대학 건물에 미처 가보지 않은 지하 식당이며, 도서관을 알게 되었다. 요한수도원의 발자취를 읽다가, 우연히 1947년에 메구로에 수도원과 교회를 세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가 다닌 그 도쿄의 메구로 성당이 요한수도원이 세운 성당이다. 

이번주는 일주일내내 수도원 식구 신부, 수도자들의 피정이 있어, 하루 3번있는 시간전례가 밤기도(Compline)까지 4번있는 주가 되었다. 밤기도가 끝나자 신부님 한분이 저한테 다가오시며 일본사람이냐고 영어로 물으신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 있은 적은 있다고 짧은 일본어로 답했다. 그리고 '메구로 교카이' ('교회'의 일본어발음)에 나갔다고 말씀드렸다. 신부님이 반가워하시며 본인도 4년을 메구로 교회와 나가노 수도원(요한수도원이 그 이후에 수도원을 도쿄에서 나가노 현으로 옮겼다고 하셨다.)에서 지냈는데 일본어를 많이 잊어버리셨다고 하신다. 수도원 뒤 호숫가에 누군가 일본어를 써놔서 영락없는 아시아사람인 제가 혹 일본에서 왔나 설레어하신 것 같았다. 우리 다시 수도원 안뜰에서 만나면 각자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난 일본어를 끄집어내서 일본어로 얘기해보자고 웃으며 헤어졌다. 신부님의 성함은 윌리엄 신부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저 인생에서 지나칠 경험이려니 할 만한 것도 그냥 놓치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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