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인혁의 리얼월드 Nov 18. 2016

왜 여론조사 결과와 민심은 다른걸까

Solitics(Social Politics) - 새로운 정치지형의 등장

대이변으로 기록된 미국 대선 결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는 그야말로 이변으로 기록되었다. 주요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분석 결과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확실하게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전은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그리고 다양성과 진보라는 관점에서의 충돌로 비춰졌고 이 싸움은 그 자체로 결론이 난 것처럼 보였다. 때문에 트럼프의 승리가 결정나자 미국인들조차 우리가 미국을 잘 몰랐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대선 예측 오류, 처음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예측 실패는 당장 각 당의 예비후보 선거에서도 모두 빗나가 있었다. 심지어 4년전 지난 대선에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갤럽을 포함한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롬니 공화당 후보가 분명히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고, 갤럽은 2016년 대선의 승자예측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것은 미국만의 일이었을까?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4.13 20대 총선의 격전지 여론조사도 대부분 실제 결과와 많이 달랐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왜 매번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정확한 출구조사를 수행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측을 하는데도 결과는 기대치와 자꾸 달라지는 것일까.


1. 소셜 테크놀로지의 격돌


첫 번째 이유는 기술이다. 새로운 소통의 기술이 사람들에게 공공재로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의 진보 대 보수의 대결과는 확연하게 다른 양상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바로 양측 진영이 모두 소셜 테크놀로지로 무장하고 격돌한다는 점 때문이다. 보통 진보진영이 기술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이를 선거전략에 활용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양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이제는 양쪽 진영 모두 기술과 전략에 있어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전면전에 나선다. 이미 카카오톡 사용자는 4천8백만이 넘고, 국내 사용자만 3860만명이 넘는다. 20대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30-50대는 카카오스토리와 밴드를 많이 사용하는 형태의 차이를 보이는 차이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메신저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즉,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로 정치적 진영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 각자의 연결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신의 세력이 더 크게 연결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상대편을 비방하여 설득시키는 쪽보다도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의 정책과 이념을 퍼뜨리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연결되도록 하면서 표로 이어지는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2. 정당지지도가 아니라 민심 자체가 진짜 여론

두 번째는 정치적 논제가 주요 정당에 의해서 주도되기 보다는 시민들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당심이 아니라 민심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사안을 이끄는 주체는 사람들의 소통이다. 우리가 정치를, 사회를 아무리 바꾸려 해도 소용이 없는 이유는 기득권층이 그 ‘구조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기존의 미디어가 가진 힘의 임계치를 벗어나면서 ‘많아지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를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기존의 정치가 새로운 구조에 압박을 당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정당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에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어떤 정당이냐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어떤 것이 자신들의 당면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정책이다. 정당 지지도나 주요 후보에 관한 여론조사에 무응답자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3. SNS라는 착시효과

세 번째로 온라인을 통해 평가되는 대세감의 착시효과다. SNS는 지극히 관심 네트워크 기반의 연결구조를 취하고 있다. 즉, 당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 위주로 연결되어 있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래서 후보들이 박빙으로 접전이 붙은 경우,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은 자신의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Think의 저자 마이클 르고가 말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현상에 속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얘기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인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에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할 때에는 중립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남성우월주의자가 대중 앞에서 여성을 혐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다거나 미국순혈주의자가 소수이민족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과 동질집단에 있을 때에만 솔직한 입장을 드러낼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드러나는 견해와 실제의 선택은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SNS는 팔로잉 구조의 서비스로 본인과 유사성향의 사람들이 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시야는 일면을 보고만 있을 뿐이다. 


양쪽 모두를 다 들여다 수 있을 때에서야 사람들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들의은 미 대선 결과 예측이 대부분 빗나갔지만 Genic AI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MogIA는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유투브 등 SNS플랫폼으로부터 포스팅된 2천만건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데이터와 후보들과의 관여도를 분석했고 트럼프의 승리를 정확하게 예측을 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보니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들과 그 데이터들을 모두 분석하여 예측하는 것이 가장 정확했다는 말이다.


SOLITICS(Social Politics)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대통령 당선에 성공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소셜미디어 전략의 핵심은 바텀업bottom-up 방식이다. 즉,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메시지나 지령을 내려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바닥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의 에너지를 창발시키는 데 핵심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에너지 집결이 중요한 선거전략으로는 이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집권 후 건강보험법 입법을 제외하고는 국정 운영에 소셜미디어 전략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데 반해 극우 세력으로 유명한 티 파티Tea Party등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바텀업 방식의 혁신적 소통을 시도하며 차기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지점이다. 이렇게 참여자들에 의한 시민 정치화를 나는 소셜 폴리틱스, 즉 솔리틱스Solitics로 정의하고자 한다. 소셜은 곧 민심 그룹이고, 솔리틱스는 정당 중심의 정치 경쟁이 아니라 민심 그룹간의 경쟁으로 간다는 의미다. 때문에 정치전략을 단순한 정당지지도나 지지성향에 대한 분석보다는 민심 집단이 어떤 이슈들을 더 많이 논의하는지, 어떤 지점으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더 중요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끝내지 못하는 이들,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