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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Aug 23. 2018

웹상의 나와 실제 나는 얼마나 같을까, 영화<서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서

서치 (Searching, 2018)

브런치 무비패스 #8

감독 아니쉬 차간티

주연 존조, 데브라 메싱, 미셸 라, 조셉 리


"실종 된 딸을 찾는다"


영화 '서치'의 첫 설명을 보고 영화 '테이큰'을 떠올렸다. 실제로 나에게 일어날 것 같은 사건을 다룬 스릴러 영화는 무서워서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 '서치'를 보기 전 약간의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지금 그런 걱정은 정말 걱정이었을 뿐 스토리, 연출, 영화에 담긴 문제의식까지 매우 훌륭한 영화였다는 생각이다.

영화 <서치> 스틸샷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남기고 싶어한다. 이전에는 그러한 표현수단이 일기, 시와 같은 글이나 그림과 사진 정도였을 것 같다. 지금은 나 자신의 매 순간을 실시간 영상으로, 짧은 글로, 디지털화 된 손글씨 등 의도적인 방식으로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고 의도치 않은 방식, 예를 들어 가장 많이 방문한 사이트,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연락이 잦은 사람 등의 데이터로 기록된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AI"를 통해 패턴화하고 분석하여 미래의 행동까지 예측해내고 있는 세상이다.


때론 이들이 똑똑하게 분석해 제안해 준  "추천"이라거나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추억' 같은것들은 매우 유용하기도 하다. 하지만 때론 이들이 나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자신있는 모습을 나타낼 때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나의 일부의 모습 혹은 전혀 연관없는 정보를 엮어 엉뚱한 추론을 할 때가 있기가 때문이다. AI가 근거로 삼는 내가 기록한 정보, 예를 들면 영화의 평점은 객관적이지 않다. 내 취향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당시 나의 심정과 일맥상통하는 영화를 만나게 되면 '기분상' 좋은 점수를 주기도 하고, 당시 시류상 옳지 않은 행동을 한 배우가 나오는 영화엔 아무리 재밌게 봤다 하더라도 -0.5점 이라는 내 나름의 벌을 주기도 한다.


이 영화 '서치'는 그런 데이터의 주관성과 비일관성이라는 특성에 주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딸이 남긴 웹상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실종된 딸의 아버지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도 하지만 잘못된 추론으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진실과 거짓된 정보가 정신없이 흩뜨려져 있는 환경에서 옳은 정보를 추려내는 것이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까. 어쩌다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와 잘못된 추론은 논점을 흐리고 시간낭비만을 부추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 안에는 내가 너무 많아서 스스로 매 순간이 다르다고 느낄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해?", "어떤 색깔을 가장 좋아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언제야?" 등 나에 대해 답을 내리고 나의 모습을 규정지어야 할 것 같은 질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든 그 답은 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순간의 답변으로 나의 모습이 규정될 것 같고, 스스로도 나를 그 안에 가두게 될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만약 내가 사라지게 된다면 누군가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추적하기 위해서 나의 노트북을 열어보고, 내 폰을 샅샅이 뒤지게 될 것 같다. 크게 잘못하고 산 것은 없다만 상상만해도 징그러운 일이다. 내가 소소하게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떠난 여행, 두서없이 저장되어있는 내 갤러리 사진들과 덕질의 흔적들까지 누군가 발견하게 될테니 말이다.


내 관심과 행동의 흔적이 남는다는 건 나에겐 편리함을 주고 추억을 남겨주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참 낯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중학생때였나? 한 친구가 대화 중에 자기는 항상 속옷을 예쁜 것으로 색깔을 맞춰서 챙겨입는다고 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무슨 일이 생겨서 정신을 잃은 채로 병원에 실려가면 사람들이 내 속옷을 보게 될 텐데 그 때 내가 낡고 안예쁜 속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싫어"


이 영화를 보면서 잊고 있던 이 대화가 생각났다.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나의 "디지털 라이프"도 늘 깨끗하고 예쁘게 정리해두어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화의 빠른 전개와 설득력있는 스토리,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접하는 듯한 독특한 연출 등 영화 자체도 훌륭하지만 우리가 생각없이 사용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대해서 여럿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매우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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