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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형 딴짓마스터 Mar 16. 2017

같은 반이라고 모두 친구인가요

인간의 따돌림은 악하다

암개미 11호는 방금 버려졌다

여느 때처럼 먹이를 찾으러 나선 길이었다. 언덕을 넘자 먼저 출발한 일개미 56호와 72호가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과자가 제법 크다. 당분간 배고플 걱정은 없겠다. 저걸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걱정되면서도 설렌다.


개미들은 잘게 나눈 과자를 하나씩 물고 집으로 향했다. 암개미 11호는 하늘을 바라보며 신나게 걷다가 문득 주위가 조용한 걸 깨달았다. 아무도 없었다. 혼자 들떠서 길을 잘못 들었나 살펴봤지만 익숙한 풍경이었다. 평소에도 까칠했던 56호는 그렇다 치고 친하다고 생각했던 72호도, 66호도, 137호도 없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버려졌다.


개미들은 여왕개미 한 분만 모시면 된다. 일개미들은 다른 암개미들이 거추장스럽다. 아니 꼴 보기 싫다. 하나만 더 있어도 일을 두 번 해야 하니까. 그래서 개미들은 여왕개미가 아닌 암개미들을 떨군다. 일개미들에게는 여왕 하나만 보이기 때문이다.


집단 따돌림은 일종의 권력관계다. 여왕개미처럼 왕 노릇하는 한 명이 있고, 추종자 몇, 다수의 방관자 혹은 암묵적 왕따 동참자 그리고 피해자 하나.


아이들이 헤쳐나가야 할 미래는 생각보다 더 차가울지도 모른다.


왕따 당하지 않는 게 목표예요


광장에서 만난 아이 엄마의 말(사진과는 관계없다)이다. 아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된다고 했다. 다섯 살이 되던 해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가해자는 겨우 대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었다. 엄마가 안쓰러웠던 건 그래도 웃으며 아이들의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내 자식의 모습이었다.


‘유아 왕따’ 가해자는 청소년이 돼도, 어른이 돼도 가해자로 남을 확률이 크다. 


한국에 왕따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는 1997년이다. 올해로 20년이 흘렀다. 학교·교육부·국회는 해마다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겠다고 말한다. 특별히 변한 건 없다. 오히려 심화됐다.


단체방에서 집단 폭언을 하거나, 채팅방에서 나가도 반복 초대해 욕을 한다. 피해자 한 명만 두고 방에서 모두 나가기도 하고, 핫스팟으로 피해자의 데이터를 무단 이용할 때도 있다. 각각 ‘떼카·카톡 감옥·방폭·와이파이 셔틀’이다.


지난해 가을, 강원도 원주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을 참지 못해 가해 학생을 칼로 찌른 사건이 있었다.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학교는 참 미흡했다. 담임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피해자를 보호하지도 못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인간의 따돌림은 악하다


일개미 56호, 66호, 72호, 137호는 방금 굴로 돌아왔다. 버려진 11호에게 연민 같은 건 없었다. 11호를 버린 건 그들이 배워왔던 본능의 역사였다. 오늘의 선택이 공동체의 시스템을 매끄럽게 할 것이다.


결투에서 패배한 수컷 사자는 그 무리에서 이탈한다. 약한 개체를 배제하는 동물들의 따돌림은 넓게 봤을 때 강자 생존의 법칙이다. 사람은 다르다. 왕따 가해자는 따돌림의 결과로 우월감이라는 열매를 얻는다. 일종의 쾌감이며 권력이다. 그래서 인간의 따돌림은 악하고 나쁘다.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개미도 사자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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