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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Yoo May 01. 2016

시끄러운 세상에서 소신껏 살기

날 믿어볼까?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다. "남들이 아무리 널 바꾸려고 해도, 네 소신을 간직하렴. 넌 틀리지 않았어." 내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자신의 의견에 소신을 갖고 내가 갈 길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난 고등학교 체육시간 계단에 앉아서 조그마한 종이에 빼곡히 써놓은 영어 단어를 외우던 소위 재수없는 녀석이었다. 비평준화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했던 나는 전교에서 뒤에서 30% 에 위치할 만큼 성적이 낮았었고, 삶의 어느 순간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을 했으며, 그때부터 1년 반 동안 쉬는 시간, 체육 시간, 점심/저녁 시간 할 것 없이 틈만 나면 공부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체육시간이 대부분 자유시간이었으므로 난 공부에 그 시간을 할애했다. 주변에서는 스포츠를 배우는 것도 공부만큼이나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운동을 못해서 재미없기도 했었고, 나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깐. 대학을 진학하고서는 운동을 열심히 배웠다. 이것저것 시도해봤었는데 구기 종목은 모두 흥미를 못 붙였고 무술이 재미있어서 그 이후로 4~5년간 다양한 무술을 수련했었다. 어떤 무술이건 그 배움 자체가 너무 좋았다. 돌아보면, 체육시간에 배우는 운동이 내겐 재미없는 운동이었을 뿐이었다. 억지로 그 운동을 하면서 운동에 흥미를 잃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서 했던 것이 내게 평생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었다.  


대학교를 진학할 때도 전교 20등 중 3명 외에는 의대/치대/수의대/법대를 진학하였다. 나머지 3명은 컴퓨터 공학부와 육군사관학교를 진학하였다. 한국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의사, 변호사같이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최고라며 주변에서 추천했지만,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셨고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로 나의 의사결정을 어지럽히지 않으셨다. 


내가 다른 사람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경우는 한정적이다. 조언을 해주는 상대방이 나의 친구여야 하고 (다른 말로 하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그 조언은 나를 위한 조언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조언의 형태를 띠고 상대방을 조작(manipulate)하려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 가기 위해 학부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이러했다. "요새는 우리 학교의 연구도 많이 발전해서, 굳이 미국으로 유학 갈 필요가 없네. 자네 유학비는 충분히 많이 모아놨는가? 동대학원으로 지원한다면 장학금도 나온다네. 자네 정도면 분명 장학금을 받고 연구할 수 있을 거야." 지도 교수님이라는 이유로 나와 친분이 없는 분을 찾아간 나의 불찰이었다. 반대로, 조언을 귀담아 드는 경우가 한정적인 만큼 나에게 솔직한 조언을 해주는 친구, 형, 선배, 어른분들에게 매우 감사하고 시간을 두고 여러 번 곱씹어보는 편이다. 


개발자를 꿈꾸던 대학시절에 들은 현직 개발자의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이런 톤이었다. "여러분, 개발자가 되는 것은 비추입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나와서 일하기도 바쁜데 새로운 기술도 배워야 하니 평일이고 주말이고 쉴 틈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굳어서 점점 배움의 속도가 더뎌져서, 젊고 팔팔한 신입들에게 점점 경쟁에서 뒤처집니다." 실제로 내가 개발자로 일을 해보니 드는 생각은 기술은 계속 나오고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지식만으로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기가 어렵다. 즉, 계속 공부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리더로 세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에게서 나도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구도가 형성되어서 좋다. 발전하는 기술들로 한 개발자가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스케일은 점점 더 커지고, 기존의 시스템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승진의 기회?!) 가 많아서 일이 재미있다.


삶에 100% 성공하는 매뉴얼 따윈 없고 세상은 기회가 숨겨진 문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 문들은 내가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난 이러한 삶의 불확실성과 가능성이 우리의 인생을 더욱 살맛 나게 한다고 생각하며, 현실은 올바로 직시하되 부정적인 목소리로부터 나의 소신을 지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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