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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Yoo Nov 05. 2018

한국에 돌아갈 생각 있어요?

한 가지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게 한국 사회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살 때에는 내가 그냥 삐뚤어진 줄로만 알았다. 


장면 1. "선생님, 무궁화 키워보셨어요? 우리 골목에 무궁화 키우는데 나무 주위에 꽃이 떨어 저서 엄청 지저분해요." 초등학교 때,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가 가장 아름답고 예쁜 꽃이라고 가르치는 선생님께 반문하였다가 혼났다. 선생님께서는 무궁화를 키워본 적 있는지 없는지 밝히지 않으셨고, 꽃이야 떨어지면 치우면 된다고 하며 나를 혼내셨다. TV에서 보니 벚꽃은 잎이 떨어지는 것도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것도 예쁘던데,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으면 더 혼났을까?


장면 2. '오늘은 또 언제 맞으려나? 이왕 맞을 거 빨리 맞았으면 좋겠다.' 중학교 때 매일 체벌을 당하던 내가 했던 생각이다. 하루에 한 번은 맞았던 것 같다. 선생님의 선호도에 따라 손바닥, 엉덩이, 앞 허벅지, 손등, 종아리 등 참 다양하게 맞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생님들이 서로 협력해서 하루에 한 번씩은 체벌을 줬던 거였나? 어머니께서 학교에 한 번 다녀간 이후로는 체벌을 받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장면 3. 학교에서 일정 금액을 기부하라고 학생들에게 기부지를 나눠줬다. 그리고 언제까지 그 금액을 가져와야 하는지 정해줬고 검사했고 강요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기부를 해야 하는 할당량이 있었던 걸까? 혹은 그 돈은 정말로 제대로 된 곳에 기부가 되는 거였던 건가? 고등학생인 나는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했고, 그 기부지를 정확히 컴퓨터로 옮겨서 교육청 게시판에 투고하였다. 그다음 날 아침부터 여러 선생님께 불려 다니긴 했지만, 해당 기부는 없어졌고, 그 이후에 고등학교 생활이 매우 편해졌다.


장면 4. "질문 있는 학생 있나?" "교수님, 질문 3 가지가 있습니다. 강의 시간이 끝나가니 종강 후 따로 질문을 드릴까요?" "괜찮아. 말해보게." 같은 수업을 듣던 학생들의 눈총을 받았다. 아마 다른 학생들은 빨리 수업이 끝났으면 좋겠지. 컴퓨터 공학과 학생이던 내가 정보통신대학과 수업을 들으러 가서 자주 겪었던 일이다. 그래도 좀 안면이 있는 같은 과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질문해도 조금 덜 눈총을 받았는데, 다른 과에서 수강할 때는 부쩍 눈치가 보였다. 지금에서야 그네들이 이해가 가지만, 그때는 "부모님 돈으로 편하게 학교 다니는 놈들, 빚내서 사립 대학교 다니는 내 사정을 니들이 알아?"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렵게 주어진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싶었다.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로 일하면서는 다수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생각하길 즐기는 성향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존의 팀 멤버들과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미팅 중에는 대중의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팀 멤버를 뽑을 때, "다른 인터뷰어의 관찰대로 이번 지원자의 경우 머신 러닝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인터뷰 문제를 풀기 위해서 꾸준히 인터뷰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졌어요. 그 과정에서 열정도 보였고요. 기초가 부족하긴 하지만 우리가 잘 가르쳐준다면 좋은 팀 멤버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입니다." 나와 다른 의견이 더 타당하다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게다가 데이터가 그 의견을 뒷받침한다면 더더욱.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우리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갈 생각 있어요?" 


외국인으로서 미국에 살면서 종종 받는 질문이다. 한국에 살면 위계질서를 지키는 게 중요한데 내가 과연 입 닫고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이제는 한국도 많이 발전해서 서로 다른 의견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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