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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Yoo Aug 18. 2019

매니저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내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트위터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 지 1년째, 새로운 환경이 좋아서 신나게 일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그만둔다고 했다. 현재 매니저가 좋아서 트위터의 이 팀으로 이직한 이유도 있는데, 매니저가 그만둔다고 하니, 앞으로 팀은 변화를 겪을 것이고, 나도 선택을 해야 했다. 이 시점에서 나의 선택지는 


1. 수동적인 대응: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변화를 지켜본다.

2. 반수동적인 대응: 나도 그만두고 다른 팀 혹은 회사로 옮긴다.

3. 적극적인 대응: 회사 내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다.


매니저가 그만둘 당시 회사의 문화, 업무, 동료들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으므로, 선택지 2번은 당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우선 나서는 성격이 아니므로 1번을 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매니저의 매니저가 불러서 조직 개편을 제안했다. 오호, 그렇다면 3번의 가능성이 열리는구나. 


제안은 현재 12명인 팀을 두 개로 나누어서 하나는 내가 이끌고 (머신 러닝 모델을 만드는 팀), 다른 하나를 우리 팀의 다른 엔지니어가 이끄는 것이었다 (머신 러닝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팀). 그리고 옆 팀의 2명이 머신 러닝에 관심이 많으니 내 팀으로 옮기겠다는 것이었다. 조직 변화의 시기에 모든 변화를 한꺼번에 만드는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팀원들이 계속된 변화에 지치지 않으니까. 그러면 이 시점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 


1. 제안을 받아들인다. 엔지니어에서 매니저가 된다. 

2.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엔지니어로 남는다. 


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이 선택의 어려운 점은 난 매니저가 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매니저를 하면 일이 보람찰지, 내 적성에 맞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확실한 것은 이 시점에서 나는 tech lead로 자리 잡고 있었으므로, 팀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주말 동안 고민을 해보았지만, 내가 매니저가 되면 잘할 수 있을지, 대체 무슨 일을 해야 되는 건지, 무엇보다 내가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할지 알 수 없었다. 관련 서적을 몇 개 뒤져봤지만, 나의 적성에 대한 건 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개발자로서의 삶이 매우 만족스러웠으므로 선택이 어려웠다. 팀이 와해되면 현재 나의 만족스러운 업무도 방해받을 것이므로 무작정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나의 심정을 토로한 뒤 제안을 했다. 


"당분간 팀을 이끌겠다.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내가 잘할 수 있고 내 적성에 맞을 경우 계속 팀을 이끌겠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매니저를 찾도록 돕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흔한 경우였다. 일반적으로 임시직으로 매니저를 맡아서 경험을 쌓은 후 공식적으로 매니저가 되는 절차가 일반적이었다. 이제 당분간이지만 팀을 이끌기로 했으니 어떤 일에 집중을 할지 고민해보았다. 여러 가지가 중요하지만 이 때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1. 조직의 입장에서는 새 팀이 비즈니스에 관련된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는가

2. 팀원의 입장에서는 이 새로운 매니저 밑에서 일하면 나의 경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


팀원들은 self-motivated 되어 있고,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만 정확하다면 회사에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두 번째 안에 초점을 맞추고 매니저의 일을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나라면 새로운 매니저가 왔을 때 이 사람이 나를 신경 써 줄 것인가 아니면 자기 승진하는 데에만 집중할 것인가를 우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개를 다 잘하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팀원들의 성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매니저가 장기적으로 더 생산성 높은 팀을 형성할 것이라고 믿었다.


엔지니어로서 행복하던 시절에 찍은 사진. 트위터 채용 사이트에 걸려있다.

출처: https://careers.twitter.com/en/teams/machine-learn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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