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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Yoo Nov 24. 2015

스탠포드에서 가장 좋았던 건

용 꼬리 좋으다

스탠포드에서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을 수학한 2년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난 한 학기에 전공 3과목을 듣는 것도 버거운데, 5~7과목씩 들으면서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일부러 어렵기로 소문난 수업들을 찾아서 듣는 친구들도 많았다. 팀 프로젝트도 자신이 하나씩 다 해보고 배우기 위해 팀원을 찾지 않고 혼자서 팀을 꾸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왜 매일 잠을 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루 건너서 잠을 자는 친구도 있었다. 책을 사진 찍듯이 한 페이지 단위로 활자를 머릿속에 넣는 친구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속독의 궁극의 경지, 포토 리딩). 숙제는 어려웠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얼마의 시간을 쓰든 모두가 거의 다 완성을 해서 제출하였다. 그래서 수업 조교를 했을 때는 시험이 아니면 학생들의 성적을 나누기 어려웠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그 환경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평점 4.0 만점에  3 초반대를 유지할 만큼 따라가기 버거웠지만, 나도 나름대로 학점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정해진 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에서는 불리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시간을 더 많이 들여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와 숙제의 비중이 높은 수업들 위주로 수강했고, 컴퓨터 과학 내의 여러 분야의 과목들을 수강하기보다는 한 분야(인공 지능)의 관련 수업들을 위주로 수강했다. 인접한 분야의 수업들을 듣다 보면 내용이 겹쳐서 훨씬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커리어도 인공 지능 쪽으로 개발하고 싶으니 그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덕분에 2년 째부터는 TA (수업 조교)도 하고 RA (연구 조교)도 하면서 학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지금도 종종 돌이켜본다. 나의 의지만으로는 그렇게 고무적으로 공부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좋은 환경과 뛰어난 동료들이 나의 성장을 독려해주었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 그리고 대학원 2년, 18년 중 최고로 멋진 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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