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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Yoo May 22. 2016

시끄러운 세상에서 소신껏 결혼하기

신랑 신부를 위한 결혼식

우리는 결혼식을 직접 준비했다. 행복한 결혼식을 위해 세운 세 가지 원칙들이 있다. 이 원칙에 기반하여 구체적인 결정들을 내렸다.


1.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를 위한 것이다.

2. 결혼식의 비용은 결혼식의 주체인 신랑과 신부가 전적으로 부담한다.

3. 결혼식 준비과정에서 무엇이라도 나의 아내의 행복과 상충된다면 나의 아내의 행복이 언제나 우선이다.


1번의 원칙에 기반하여 우리의 하객들만 초대하였다. 즉, 양가 부모님의 지인들은 초대되지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에게 어색한 웃음을 짓으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우리와 가까운 분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또한, 집안 간의 선물 교환을 하지 않았다. 주변의 예들을 살펴보니, 상대방 집안의 기대치보다 높은 선물을 하면 상대방도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돌려줘야 해서 부담되고, 기대치보다 낮은 선물을 하면 "우리를 이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나?"라며 기분 나빠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 집안 간의 선물 교환을 하지 않도록 양가 부모님께 부탁드렸고 양쪽 모두 수락해주셨다.



2번의 원칙에 의하여 결혼식은 소박하게 하였다. 우리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시간에 쫓기어 누가 온지도 안 온지도 모르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또한,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더 큰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선 예산으로 $5,000 (약 500만 원)을 할당하였고, 하객수를 50명으로 정하였다. 이에 맞추어 결혼식의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직접 고르고 준비하였다. 아내와 함께 결혼식을 어떻게 꾸밀지,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누구를 초대할지, 청첩장을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하는 이 과정에 꽤 재미있었다. 아내가 꼼꼼히 준비해주었다. 전체적인 scope은 나의 의견이 많이 반영해 주었고 구체적인 식의 모양은 아내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 꽃, 테이블보, 음료수, 음식, 조명, 청첩장, 결혼 서약서, 배경 음악, 접시, 컵, 포크, 냅킨, 케이크, 부케, 결혼식 장소 등을  모두 다 우리가 직접 고르고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결혼하는 이야기들을 찾아보면, 준비하면서 다투기도 많이 다투고, 그 과정이 힘들어서 결혼을 두 번 할 생각은 절대 안 든다며, 그 과정의 힘듦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힘들긴 했지만 우리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이 시간들이 좋았다. 아내에게 왜 우리가 다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그 이유를 아래의 3가지로 정리해주었다.  


1. 우리가 원했던 것이 비슷하였고,

2.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때는 3번의 원칙에 기반하여 나(아내)의 의견을 존중하여 주었으며,

3.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아내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나에게 어떤 드레스가 예쁜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입어본 드레스 중 어떤 디자인의 드레스를 고를 것인가에 대해 나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 (내가 예쁘다고 한 드레스는 빠르게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입어본 드레스보다 더 비싼 드레스를 입어보라는 나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었다.



결혼식을 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것은 하객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초대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와주었고, 모두가 우리의 결혼식을 조금씩 도와주고 참여하였다. 이를 테면, 친구 친척들이 결혼식장 꾸미는 것을 함께 도와주었고, 아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이 캐논 변주곡을 바이올린 듀엣으로 연주해주었으며, 친한 동생이 결혼사진을 찍어주었다. 덕분에 스튜디오 촬영 대신에 결혼식장 앞 잔디에서 결혼식 30분 전에 예쁜 웨딩 사진을 찍을 수 있다.  



3개월의 짧은 시간 동안 바쁘게 준비했지만, 내가 가본 어떤 결혼식보다 나의 결혼식이 가장 마음에 들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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