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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안 Mar 29. 2021

밥벌이의  즐거움

책방 주인 8개월 차.


돈 버는 게  싫었다.

사람이 꼭  돈 벌어  밥 먹어야 하 치기 어린  반항이 내심 있었다.  하지만 떠밀리 세상으로 나가야 했다.  먹고 쓸 것은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우리 집  분위기였다.  부모님의  교육철학이 아니라  가난 때문이었다.  그래서  밥벌이  역사는  또래보다  빠르고 길다.  돈이라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친구들의  여유를  볼 때마다   그들과 다른  처지가  속상해  안엔  서글픔이  짙게 깔렸다. 그럴 때면 것은  선택받은 거라고  애써 생각했다. 능력이 되어 어려도  돈 버는 거라고 혼자  자기 최면을 걸었다.  그러면  위안이 돼서  한동안은 백신을 맞은 것처럼  괜찮았다.


 



내  밥벌이  레퍼토리는 다양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기도 하고  제약회사  신제품을 홍보하는 일도 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과외 선생도 틈틈이 했다. 밤과 낮을 나누어  두 가지  정도는  매번  병행했다. 그렇게 번 돈의 절반은 부모님께,  나머지는 나를 위해 저축하고  용돈으로 다.  잠은 부족하고 몸도 피곤했지만  투정 부릴 여유는  없었다. 실은  내 푸념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속에서는 뭔가 바짝 말라  갈증이 났으나 그 감정에 물기를   처지가 아니었다. 당장 내일의  밥벌이가 우선이어야 하는.. 어린 나에겐 참 고단한  그런  날들이었다.


 내 청춘은  파랑이 아니라 잿빛 같았다.  일을 하고  돈도 모아졌지만 마음은 푸르지 못했다. 무엇을 하든 구름이 깔린 회색도시처럼  우중충했다.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하고 싶은 일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다짐을 품지 않았다면 아마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일을 하면서도 매일 공부했다. 인생은 어쩌면 밥을 벌기 위한 노동의 진화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밥벌이의 형태도 진화했다. 더욱 전문적이고 밀도가 높아졌다.

그 후로 나를 지켜줄 만한 회사를 만들고 영업을 하고 다른 이들과 협업하며 밥벌이를 했다. 나이도 들어갔다. 나름의 사회적 지위도 생겨 삶은 윤기가 나고 가진 것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마음이었다. 아직도 내 속의 많은 부분이 말라 있었다. 물기를 줄 만한 좋은 환경으로 주변이 채워졌으나  여전히 충분치 않았다. 그때 알았다. 정확히 말이다.  나의 밥벌이는  돈의 부피가 아니라 가치와 의미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책방이었다. 어느덧 8개월 차 책방 주인.

이전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책과 살기로 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책을 친구로 삼으니 사람도 따라왔다. 나와 비슷한 컬러를 가진 사람들이 자꾸만 날아들었다. 그리고 나의 책방에서 지친 마음에 물기를 주고 있노라 고백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의 밥벌이는  시간이라는 뜸 들이기를 지나  이제야 가장 맛있게 즐거워졌다. 그러나 나는 안다. 잿빛의 어두움을 지나왔기에 햇살의 환한 빛남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하기 싫었던 밥벌이가 있었기에  하고 싶은 밥벌이에 대한 감격이 크다는 것을.

밥벌이를 즐거워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서 오늘도  참으로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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