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안 May 05. 2021

3만원짜리 희망


빚잔치 싹 하고 동작대교에  갔어요.

결심하고  뛰어내리려는데 어떤 아저씨가  막 불렀어요.

저에게 말을  시키는 사이에  다리 아래로  해양구조대 배가  도착하더군요.  

순간,  나의 죽음도  누군가를  번거롭게 하는구나  싶었죠.


가진 돈 탈탈 털어 무작정  제주도로 들어갔어요.  

바닷가 앞 폐가를  얻어서  2년 동안 혼자 살았죠.

오늘 죽을까 내일 죽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요.

웃긴게 죽으려던 놈이 태풍 오는 밤에 파도 소리는 무섭더라고요.

나 혼자 여기서 이렇게 가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요.

 이 집이 바람을 많이 맞아 45도 정도  기울었거든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건축하던 놈이라 자꾸만 집을 똑바로 새워보고 싶은 거예요.

아마 죽지 않을 핑계를 찾은 건지 몰라요.

 2년 동안  아주 조금씩  똑바로  세우는 작업을 했어요.

오직 그것만 했어요.

이웃에 어부 할아버지가 사셨는데 이분이 제가 무슨 일을 낼까 봐 그랬는지

매일 물고기를 잡아서 가져오시는 거예요.

사실 저는 물고기를 못 먹어요.

생각해보면 그분만의 관심과 사랑이 아니었나 싶어요.

참 고마운 분이죠.


집을 바로 세우고 할 일이 없어서  내친김에 마당에  꽃을 심었어요.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들어오더군요.

다들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행복해했어요.  

내가  한 일로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한다는 게ᆢ

기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니 내 돈 가지고 도망간 친구 놈도 잊을 수 있을 것 같고,

죽고 싶은 마음도 사그라들고.


뭍으로 나와 1년 반 백수로 지냈어요.

돈 버는 게 자신도 없고 싫더라고요.

정이  딱 떨어진 느낌이랄까.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어르신이 수도꼭지가 고장 났다며 저에게 부탁을 하시는 거예요.

저한테는 너무 간단한 일이어서 얼른 해드렸죠.

인사드리고 돌아서는데 돈 3만 원을 손에 꼭 쥐어주시는 거예요.

괜찮다는데도 막무가내로 고맙다 하시면서...

이상했어요.

이보다 큰돈도 사업한답시고 쉽게 알고 살았는데 3만 원을 보는 순간,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내 손으로 다시 돈을 벌 수 있겠구나 싶은 희망 같은 게 마음으로 훅 들어오더라고요.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그런 마음요.


지금요? 사장이니 뭐니 그딴 거 집어치우고 몸뚱이 이용해서 뭐든 하자 싶어서

작은 가게 늙은 점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하하.

월급 받으니 속은 아주 편하더군요.


책방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털어놓네요.

책이 있어서 그런지 무장해제된 듯해요.

마음이 평화롭고 진짜 좋네요.

잘 쉬고  이제 다시 저의 인생 전쟁터로 돌아갑니다.

곧 다시 올게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책방 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나는 그가 지금처럼 계속  씩씩하게

 걸어가 주길 소망하고 응원했다.


작가의 이전글 밥벌이의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