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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Mar 06. 2024

너도 외롭냐?? 나도 외롭다 ㅜㅜ

<외로움의 습격 by 김만권

만 2년을 채운 팬데믹 기간 동안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를 지켰던 건 오로지 전염병으로부터 남과 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서로를 멀리하던 그 시간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는 것을.

이웃과 거리 두기가 상식이고 예의가 되어가는 동안 세상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디지털 기술은 어마어마하게 발달해서 독서모임이나 세미나도 컴퓨터 화면에서 이루어지고, 온라인상에는 인스타를 필두로 한 수많은 플랫폼들이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앱으로 장을 보고 쇼핑을 하며, 은행업무나 주식거래도 스마트 폰하나만 있으면 되니 하루 종일 혼자 집에만 있어도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눈뜨면서 잠들 때까지 집안을 나가지 않고 혼자 먹고 놀고 일할 수 있는 세상.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이 '효율적인' 세상이 되었지만 그 효율과 편리함이 '빛'이라면 우리에게 드리운 그림자는 바로 '외로움'이다.

 본격적인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나도 집 안에서나 집 바깥에서 사람들과 접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중년기엔 누구나 다 인간관계가 좁아진다고 하니 이런 외로움은 '나이 탓'이려니 하고 지내왔다.

그런데 어쩌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주위에는 조용히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바야흐로 지금은 1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3분의 1이 넘는 시대.(통계청 2022년 전국 1인 가구비율 34.5% ). 1인 가구의 대부분이 20~30대 청년들이거나 노인들이 주류를 이루긴 하지만 현재 부부와 자식 한 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집도 많은 시간을 '1인 가구'처럼 지낼 때가 많다.

<외로움의 습격>이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혼자 점심을 먹다가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였다.

저자인 김만권은 철학자이고 일곱 살 난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시대 모든 세대가 '외로움'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원인을 경이적인 속도로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과 능력주의에서 찾았다.

 모두가 외롭고 소외감을 느낀다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빅데이터 역시 그런 세상을 반영하기 마련일 터. 또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능력주의' 역시 신분 세습제도에 맞서는 합리적인 기준처럼 보이지만 요즘은 사실상 '능력도 상속된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by 김만권 ( '혜다'출판)

얼마 전 있었던 책 모임에서 노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마다 계획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절대 자식에게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비례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개인주의 탓이기도 하다. 한 집에 있어도 모두들 스마트폰을 쥔 채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 봐도 우리 세대의 노후는 쉽게 예측할 수 있지 않은가.ㅜㅜ


팔순이 넘은 아버님을 가까이서 돌보고 있는 입장에서 조만간 나에게도 다가올 1인가구 시대를 위한 계획은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다. 어머님의 투병생활이 시작됨과 동시에 1인 가구주가 되어버린 아버님은 우리가 찾아뵙는 주말의 하루를 제외하고는 늘 혼자 계시는 셈이다. 이 외로움을 과연 사회제도나 자식이 메꾸어줄 수 있을까.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외로움의 습격>의 부제가 서늘하게 마음에 스며든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누군가와 함께 따뜻하게 살아갈 하루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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