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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배 Jun 04. 2019

창업을 둘러싼 생태계에 대한 단상

창업자, 그리고 창업교육, 멘토링, 지원사업... 생태계에 대한 성찰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몇몇 국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우리나라 역시 그 파도를 현명하게 뛰어넘지 못한 채 정치권의 바보짓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함, 대기업을 비롯한 기득권들의 이기적인 행태들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취업도 어려워지고 기존의 일자리들 마저도 거센 위협을 받고 있다보니, 창업이라는 주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일반화가 되어버렸고, 정책을 만들어내는 입장에서도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휘둘러대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가건 무엇을 하건 창업이라는 단어와 마주하는게 일상이 되어서인지 이런저런 기회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창업과 관련된 포탈인 K-Startup 사이트에만 접속해도 다양한 창업지원사업과 공모전, 그리고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게 지금의 대한민국 창업시장입니다.
그런만큼 다양한 기관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교육과정들이 얼만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담고 운영되는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창업과 관련한 주제로 검색을 해 보자면, 수많은 대학들과  협회, 단체, 기관들이 참으로 다양한 주제로 창업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강사와 컨설턴트, 멘토 등등의 다양한 형태로 생태계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나 상황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런저런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을텐데, 이 글에서는 단순하게 이런 창업을 위한 교육과정들이 과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몇몇가지 관점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 부분까지는 2017년 7월에 써 두었던 서문입니다.
1년도 훨씬 더 지난 시점에서 다시 글의 본문을 완성해보려 합니다.
일부분은 그 당시의 생각과 변하지 않았지만,
일부분은 다소간의 변화가 있었음을 미리 언급해둡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자리에서 창업자들에게 교육을 하고
멘토링을 하는 입장이지만, 이 글은 관점을 바꿔서 창업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으로 전체 글의 내용을 써보려고 합니다.


1. 창업자들이 교육과 멘토링을 받으면 정말 창업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까?

현재 창업 분야에서 공급되고 있는 교육들은 과연 그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콘텐츠이며 교육 방법 역시 창업자들이 받아들이고 체득할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글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벌써 한참 전인 2014년도에 한양대학교의 의뢰를 받아 창업교육과정에 필요한 역량모듈을 도출하고 세부적인 교육과정 체계와 내용을 설계해 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창업 교육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시점이어서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모델과 사업계획에 대한 이슈가 좀 컸었고, 특허와 피칭 등에 대한 관심도 컸던 시기였기에 이런저런 고민해야 할 분야갸 참으로 다양했었습니다.

기본적인 텍스트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에서 연구했던 대학 창업교육에 관한 연구의 내용을 참조하고 한양대학교에서 미리 수립해두었던 기업가정신역량체계를 벗어나지 않는 프레임 속에서 그때까지 개인적으로 공부했었던 카우프만 재단의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의 내용과 우리나라에 들어와있지 않던 10여권의 스타트업 관련 책들 중에서 연관성이 높은 항목을 뽑아 완성했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창업의 기회를 탐색하는 단계에서부터 창업 후에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생존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눠서 점진적으로 역량을 확장해나가는 프레임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과정별로 세부 실라부스까지 설계하는 어쩌면 고난한 작업이었습니다.

2014년, 한양대학교의 의뢰로 개발했었던 창업교과과정 설계의 기본 프레임
그때 개발했던 단계별, 과정별 세부 실라부스와 모듈 등은 
그 이후에도 많은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었을만큼 
개인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던 기회였습니다.


제가 창업교육을 하면서 주요 내용으로 고객 관점에서의 가치를 강조한 것 역시 이때부터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강의를 계속하다 보니 가치의 크기, 무게, 경쟁력과 같은 것은 어떤 기준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어질까?라는 관점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결국 고객들이 지불하고 싶어하는 금액이 내가 경쟁자가 있어도 확보할 수 있는 매력(가치)의 크기가 된다는 아주 오래되고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래전부터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모델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problem을 해결하기 위한 solution을 다양한 워크시트나 캔버스 형태로 만들어서 교육에 활용해 왔었습니다.

지난 10여 년동안 수많은 창업교육을 실행해왔지만 모든 교육마다 다 다른 창업자들, 다른 교육내용,  다른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창업 생태계에는 수많은 교육이 존재하고 수많은 교육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 뿐만 아니라 멘토링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전문가들이, 창업 선배들이, 그리고 여러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창업 생태계에서 다채로운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생태계의 한 부분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창업자들과 부딪히는 입장이지만, 늘상 고민인 것이 과연 이런 교육과 멘토링과 지원사업들이 과연 창업자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경제의 한 축으로서 건강한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어쩌면 우매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우연한 일로 만났던 창업자가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고 돌아가면서 던진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었습니다. "멘토가 하라고 시키는 것을 하지 않으면 실패하지는 않더라." "멘토들마다 이리가라 저리가라 사공이 많아서 오히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왜 창업자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을 할까?
왜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사람들은 도움을 주지 못할까?
무엇 때문에 그런 괴리감이 생기는 것일까?
2014년 가을,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의 수업. 이 사진 속에서 4개의 창업팀이 탄생했다.


2. 어떻게 개선해야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그렇다면, 교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멘토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과연 실제로 창업을 해서 시장에서 무한한 경쟁에 직면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창업자들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더 본질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창업의 활성화라는 관점 보다는 창업을 통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서 교육을 하고 멘토링을 하고 지원자금 명목의 돈을 보태주는 것 역시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창업의 결과로서 그들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에서 경쟁환경을 어떻게 파악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꾸준하게 확장하도록 교육 방법과 지원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에 맡기되 불공정하거나 사회관습을 어지럽히는 행위나 의도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면 안된다.'와 같은 "Yes or No"의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스스로 하고싶은대로 마음대로 뛰어놀도록 만들어 주되, 다른 사람들의 공정한 플레이를 해치는 플레이어들은 과감하게 솎아내어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멘토',  '코치' 등의 명칭이야 어떻든 강제로 지정해서 받도록 하는 상담의 부작용이 많다는 점에서 창업자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멘토링 전문 회사나 컨설팅 전문 회사를 시장 경쟁 속에서 키워나가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봅니다.

지난 2018년 1월, GWU에서 Customer Discovery 프로그램의  Instructor 연수를 마쳤다.


5. 마치며...


2002년 가을, 출장에서 돌아오니 책상 위에 놓여져있던 한장의 공문.

비즈쿨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하는 책임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8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니 이번에는 대한민국 창업대전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하는 일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또 다시 우리 팀의 담당 업무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9월초에 시작해서 12월 첫째주에 행사를 치뤄내야 하는 일정이었고, 관람객들의 발걸음도 뜸한 학여울역 SETEC으로 장소도 정해져 있었고, 조직 내에서도 아무런 지원 없이 혼자서 치뤄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더라 퇴사를 하라고 간접적으로 종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당시에는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그리 많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말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차피 그만두고 나갈 것이면 하고싶은대로 해보자라는 각오로 대행사 없이 직원 한명과 아르바이트 학생 둘을 데리고 3개월동안 창업경진대회 심사와 선정, 참여기업 모집, 이벤트 기획, 행사 홍보 등등을 모두 하나하나 직접 챙겨나갔고, 전시장 구성만 전시기획사에게 직접 발주를 하며 정말 치열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170개가 넘는 참가기업 부스와 이벤트, 교육, 시상식 등을 제법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부딪힌 수많은 고비들이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관점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성공적인 개최보다 더 큰 결과였을겁니다.

그때 3개월 동안의 몰입이 어쩌면 지금 창업 생태계에서의 제 이름을 만드는 단초가 되었고, 창업진흥원이 생기면서 담당했던 업무들을 그들에게 넘겨주고 나서도 한동안은 이런저런 역할로 얽혀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창업 생태계에서 이름 석자를 팔고 있는 사람 중의 한명이 되어 있다는... 

당시 정부에서 주력산업으로 말하던 5T를 각각 색상화시키고 같이 뛰는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었던 창업대전의 기본 엠블렘이다.


2004년 창업대전은 전시장 배치 설계부터 부스 하나하나까지 대행사 없이 직접 모든 것을 다 기획했던 무모한 도전 그 자체였다.


그렇게 시작된 창업 생태계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10여년이 넘도록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요즈음, 창업에 대해서, 특히 멘토링이나 교육에 대해서, 소셜미디어를 달구는 이슈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시점에서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몇자 남깁니다.


창업 생태계는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며,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따질 수 있는 곳도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밥벌이의 수단으로서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밥값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고,
자신의 지위나 체면 때문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값에 걸맞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게
개인적인 기준이라고 말씀드리며 긴 글을 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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