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힘껏 성실하게, 일은 즐겁게 매진했으면 하는 시기입니다.
‘놀이는 힘껏 성실하게, 일은 즐겁게 매진했으면 하는 시기입니다. 즐기는 일은 성실히, 제대로 기합을 넣어야 하고 임무나 업무는 조금 느슨히, 웃으면서 하는 정도로 좋을 것 같아요. (...) 지금 가장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자신을 책망하는 것’입니다. 본래, 그것은 평소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지금은 특히 자신을 책망하거나 자신을 속박하는 일에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허용해 주고 느슨히 해주는 장면에서만,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무엇을 짐을 주는 것보다도, 막다른 곳에 몰린 듯한 자신을 ‘도망시키자’라고 생각하면,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입니다.’
이건 이번 주 게자리 운세다. 나는 운세를 다가올 행불행을 점치거나 일상 가이드처럼 읽는다기보다는... 짧은 소설을 읽듯 대한다. 읽기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낭만적인 확신과 현명한 조언을 체득한 미래에 나를 잠시 투영하는 것 그렇게 잠깐이라도 변화를 마주할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 예컨대, “로맨틱한 순간들로 가득한 한 주, 영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만남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렘부터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파헤쳐 볼 용기가 샘솟는 시기, 그로 인해 다 같이 행복해지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와 같은 비장한 응원까지 장르가 다채롭다. 내가 별자리 운세를 작은 문학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운세를 계속 보는 것이야 말로 나의 운을 쌓는 일이라고 내심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어떤 ‘운’이 있다고 말이다.
나는 운세의 ‘운’이 기운을 의미하는 또 다른 한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일기를 쓰면서 정말 그러한가, 문득 의구심이 들어 검색을 하고 알았다. 운세의 ‘운’은 ‘옮길 운(運)’자였다. 옮기다, 움직이다, 돌다, 나르다, 운반하다, 궁리하다…. 그렇구나. 과연, 운세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기에 있는 운을, 여기 나에게로 옮기는 일인 셈이었으니. 그러고 보니 운세 읽기는 문학뿐만이 아니라 일기 쓰기와도 닮아 있는 듯하다.
일기 쓰기는 나의 하루를, 상황을, 감정을 옮겨두는 것. 쓰는 행위만으로도 이동하는 것을 느끼게 되니까. 좋았던 것은 더 생생하게 재현되고, 슬픔으로 가라앉았던 것은 지면 위로 슬쩍 자리를 옮겨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다시, 이번 주 나의 운세로 돌아가 본다. ‘놀이는 힘껏 성실하게, 일은 즐겁게 매진했으면 하는 시기입니다.’
이번 운세는 그동안의 읽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미래로서의 운세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로서 존재하는, 그러니까 마치 ‘미리 쓴 일기’ 같다. 이번 주뿐만 아니라 요즘 나는 정말 힘껏 놀고, 적당히 일한다. 바느질하듯 촘촘히 이어하는 일은 놀이밖에 없다.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그 증거다.
그렇지만 어제는 열흘 동안 쉬어간 동화를 이어 썼다. 3시 간 정도 썼고, 쓰는 동안 즐거웠다. 열흘 전에는 13시간을 썼다. 마찬가지로 쓰는 동안 즐거웠지만, 거기에는 괴로워하는 시간도 포함이었다. 어제의 3시간은, 오직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조금 헐레벌떡 마중 나가는 마음으로 썼다. 그래서 아마 빈틈이 많고, 퇴고를 많이 하는 구간이 되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미래의 나에게 쓰는 즐거움을 안겨다 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소설은 초고와 달라지는 기쁨이 큰 장르이니까.
저번 주엔 이제 그만 놀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주 운세를 보니 며칠 더 이런 마음으로 살아도 되겠지 싶다. 사실 나는 주변에서 알아주게 잘 노는 사람이고, 가능하다면 더 놀고 싶어 하는 은근한 내 마음이 나도 보인다. 그리고 예정돼 있는 달력을 슬쩍 넘겨보니, 11월도 이미 노는 일정으로 빠듯하다.
음... 동화를 쓰는 동안은,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무해하기만 한 시간을 허락해 줘도 괜찮겠지, 위안을 건네며. 일기 끝!
대화 주제
■ 지금 각자의 이번 주, 혹은 한 달 운세를 확인해 볼까요?
■ 나의 운세를 점치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봐 요. (타로, 사주, 점성술, 기도 등등)
■ 이번 주, 혹은 이 계절에 나를 웃게 만들어주었던 것들에 대하여.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podbbang.page.link/N3KgWN9A42RCnsLw6
일기떨기 01. 혜은
『아무튼, 아이돌』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매일을 쌓는 마음』을 썼습니다.
망원동 '작업책방 씀'에서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