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주말마다 커피 단짝과 카페 투어를 나섰던 때가 있었다. 홍대 주차장 거리에서 한 블록 들어간 길에 카페가 한 둘 있을 때니까 좀 되긴 했다.
조용한 길을 걷다 들어가고 싶은 카페가 하나 눈에 띄면 그게 그렇게 좋았다. 둘이 입을 모아 다이칸야마 골목을 걷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다 어쩌구 골목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정확히 생각나지도 않으면서).
내가 사는 구에 동네책방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포털사이트의 지도를 눌러 내 위치를 중심으로 서점을 검색했다. 종종 이 동네를 문화의 불모지라 말하며 툴툴대곤 했는데 웬걸. 집 근처에 책방이 다섯 곳이나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이 버스로 세 정거장이지만 맘만 먹으면 걸어서도 갈 만했다.
방문 계획을 맘 속으로 세웠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첫 번째 책방의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으로 4개월 만에 다섯 곳을 모두 다 돌았다. 대망의 마지막 스탬프를 찍은 날. 조심스레 인증샷을 요청하시길래 자꾸 솟아오르는 광대를 감추며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발길이 자주 가는 곳이 있겠지만 동네 곳곳에 책방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두툼한 책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등학생 때까지 서점이었던 곳을 지나왔다. 커서 책방 주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시절. 참... 멀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