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6월은 나이가 한 살 젊어진다는 이벤트가 있는 달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 살 적게 나이를 부르게 된다. 하지만 내게는 그보다 올해 6월 말의 이 기간이 의미 있는 기간이 될 거 같다. 한동안 뜸했던 글을 쓰며 최근 경험했던 일들을 소소하게나마 기록해 본다.
우선 6년간 유지했던 출근시간을 오전 9시에서 8시 변경하였다. 그동안 때 내지 못했던 회사와 나의 거리를 이제는 온전히 회사보다 나를 우선순위로 두려고 한다. 생각보다 일찍 출근하는 건 어렵지 않았고 빨리 퇴근하는 건 기뻤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저녁을 먹지 않고도퇴근 후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사고 싶었던 자전거를 샀다. 올해 자동차를 산거에 비하면 쉬운 구매결정일 수 있는데 자전거 사는 걸 오랜 기간 미뤄왔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게 아니면 미뤄온 습관들이 있었던 거 같다. 이제는 당장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으로 원하는 걸 미루지 않으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그렇게 산 자전거로 이제는 종종 퇴근 후 근처 탄천까지 달리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답답했던 거리를 빠르게 달려본다. 좀 우울했던 생각들도 떨쳐보려고 더 밟아본다. 라이딩은 꽉 막힌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는 거보다 마음을 뚫리게 했다. 소비는 취향에 맞는 소비를 했을 때 제 값을 한다는 걸 몸소 깨닫는다.
그리고 독서모임도 하나 만들어봤다. 나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고 내 가치관을 담은 모임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의 후기를 들으며 나도 독서모임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시도해 보지 못한 것들도 하나둘 시작해보려고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나는 회사근무 시간 이후에 많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는 사람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뭐 학생 대상 강의도, 회사 끝나고 산책을 하거나 라이딩도 회사 이후 일상을 거의 혼자서 보낸다. 먼저 사람들과 약속도 잘 잡지는 않는다. 물론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직장동료, 친구들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보면 돌아오는 길에 아쉬울 때가 많았다. 재테크,회사동료, 연애 얘기는 재밌지만 여전히 지금도 남는 건 없다는 느낌이랄까. 경제적 자유, 부업을 말하기에는 나만 그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거 같고, 버킷리스트를 말하자니 낯간지러운 사이가 돼버렸다.
순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거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혼자서 독서하고 라이딩하는 시간을 더 찾게 되었던 거 같다. 사실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잘 맞으면 괜찮은데, 나도 사회적인 동물인지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 이런 걸 풀고 싶은 모임이 없을까 라는 생각은 계속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괜찮은 강의가 없나 찾아보다 '린치핀'이라는 소모임을 알게 되었다. 모임의 부제는 '가만있으면 되는데 뭘 자꾸 그렇게 할라 그래'였다. (몰랐는데 장기하 노래 제..) 모임 부제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거 같았고, 한동안 혼자서 이것저것 하는 것에 의욕이 떨어지던 시기에 이 모임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모임은 강남역 스터디 카페에서 일주일의 1번 총 3주간 진행되었다. 5명이 모여 why->how->what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의 인생가치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 그리고 취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가 서있는 공간, 그 살아온 인생은 달랐지만,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은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한 사람 한 사람이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자연스러운 감탄사를 불러일으켰고 깊은 공감도 주었다.
이 모임에 가기 전에 성장은 혼자만의 시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빛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불필요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막상 이 모임을 가지고 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과는 오히려 함께하는 것이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겠구나라는 생각 더 들었다. 어느 순간 잊고 지냈던 꿈, 나의 취향, 나를 표현하는 단어,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며 혼자서는 끄집어낼 수 없었던 나의 마음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질문: 목표를 달성한 뒤 만끽하고 싶은 자유?
항상 부자가 되어야 한다. 경제적 자유를 이뤄야 한다. 혹은 성공의 기준에서는 서울에 집 한 채를 가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정한 자유가 생기면 무엇을 할지는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 같다.
누군가는 나만의 독서바를 만들고 싶어 했고
누군가는 나만의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 했으며
또 누군가는 축구장이 있는 호프를 만들고 싶은 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음악을 전하고 싶어 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자유를 얘기하며, 나 또한 잊고 지냈던 나의 버킷리스트,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렸다. 나는 사람들의 인생과 이야기를 전하는 나만의 세바시를 만들고 싶었고, 봉사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싶었고, 죽기 전에는 내 동네에 작은 빵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했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하는 순간들이 좋았다
어쩌면 지금의 현실과 대조해 봤을 때는, 많은 주변사람들이 '돈 벌려면 자격증이나 따라', '나은 곳으로 이직부터 해라', '창업하는데 얼마나 힘든 줄 아나라고' 나를 위하는 듯 조언할 수 있다. 하지만 모임에서 누구도 내 버킷리스트에 토를 달거나, 불가능한 이유를 대거나, 자신의 상황을 빗대어 어쭙잖은 충고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더 이 기억을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더 소중하게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로
나만은 나의 잠재력을 믿어줘야 한다
라는 문장을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이후에도 내가 말했던 그 말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주변사람들의 시선이나 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방향과는 다른 길에 있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했던걸 믿어주자. 이걸 해내는 것도,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는 것도, 결국 나만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것을 조금 더 분명하게 새기고 싶었다.
7월의 중순 나이가 한 살 준 거 이상으로 새로운 나를 마주하려고 한다. 홀로 이것저것 하며 퍼지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뜻 맞는 사람들과 시간을 가지며 한발 더 성장하는 나를 기대해 본다.
우리는 모두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남들이 알려주지 않더라도 정답을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더욱이 남들이 뭐라고 하건, 주변의 환경이 어떻든 간에 스스로 내가 가진 잠재력을 믿길 바란다.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가만있으면 되는데 뭘 자꾸 하려고 그래'라는 말이 그대의 마음 한편을 울린다면, 지금 그대가 있는 자리도 틀리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조금만 눈을 돌려 봤을 때 비슷한 길에서 스스로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함께 3주를 보낸 멤버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믿고 달려가는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치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