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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ong Jul 16. 2021

뉴욕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Stop This Train by John Mayer


Stop This Train - John Mayer  https://youtu.be/mS2o4q7vRFM


보스톤과 뉴욕을 오가는 생활을 한지 벌써 한 달째다. 차에 짐을 싣고 세 시간 반을 달려 보스톤 초입에 들어서던 순간, 낮은 빌딩 위에 넓게 펼쳐진 하늘과 도시를 감싸며 단아하게 흐르는 찰스강이 내 마음을 간지럽혔다. 사방으로 뻗치는 뉴욕의 에너지와는 다르게 도시 전체가 생각에 잠긴 마냥 차분했다. 두 달 동안 짧은 기간이지만, 잘 지내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 기특하게 느껴졌다. 미국에서 일해보는 게 인생 버켓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걸 하고 있는 거니까.


어제는 갑작스런 투자 심사 건 때문에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엑셀이 촘촘히 박힌 수 천 개의 숫자들과 다운로드 폴더에 켜켜이 쌓인 PDF 파일창을 헤매던 밤과 새벽. 마감 때까지는 괴로워도, 뭔가 이렇게 해내면 일근육이 붙는 것 같아 좋다. 나는 늘 그렇게 뭔가 해왔던 것 같다. 엄청 큰 목표는 잘 모르겠고, 지금을 지내면 그 다음이 오겠지. 이 사람을 만나면 또 재미있는 인연이 따라오겠지 하며. 일을 작게 보고,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매일 연습이 필요하다.


재수생 때 우연히 플레이리스트에 흘러들어 간 John Mayer의 Stop the train을 듣는 순간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제발 이 기차를 멈춰줘"하는 가사가 내 아픈 곳을 찔렀다. 돌덩이를 얹혀놓은 듯 숨 막히는 무게감을 외면하며, 지금 내 존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왈칵 눈물이라도 나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어른이 된 게 맞나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은데, 재수생 시절 좁았던 시선을 재보면 지금은 꽤나 폭넓은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십 년 뒤, 이십 년 뒤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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