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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준 Feb 19. 2022

나는 파렴치한 사람

해결되지 못할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같은 문제를 3번 이상 나에게 말한다면 약 95%의 확률로 "그만 얘기해. 나 너무 스트레스받아"라고 듣게 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하고, 말 못 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말을 붙여볼 수 있도록 한다-가 내 성격. 그렇기에 해결에 중점을 두기보다 공감과 정서 안정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은 나에게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우선 그 사람의 감정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니까.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건 힘들다. 내가 그 순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서 썩 유쾌하지 않다. 만약 업무에서라면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조언을 얻기 위한 고민 상담이 많기 때문일지도?) 그게 사람과의 관계라면 풀기 힘든 경우가 많다. 꽤나 컴플렉스하기 때문에 조금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한 다리를 건너서 풀어야 하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내가 문제는 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변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맞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논리가 작동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힘들다. 논리로는   없는 것이 분명 있다. 아니, 논리적으로   있어도 감정이 커지다 보면 그게 힘들다. 게다가 업무 스트레스가 함께 오면  답이 없어진다. 최근에 내가 이랬었다. 나는 문제를 푸는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감정과 함께 뒤섞이니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위가 아주 따끔따끔 아프고 잠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작년 12월부터 생긴 문제가 1 말에 와서  터졌는데, 이게 아주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찼던 터라 몸이 견디지를 못했다.


이때 내가 위에서 이야기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됐었다.  감정을 풀고 싶은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고, 정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요상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누군가에게 말을 해서 풀고 싶은데,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 열등감에 가득  사람으로 보일까  지레 겁을 먹었다. 문제를 보면 풀어야 한다고 했으면서, 감정을 말하면 스트레스받는다면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됐었다. 그리고  감정을 누군가에게 풀고 싶은- 내가 싫어한다고 했으면서 그런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파렴치한 사람이 다.


 무렵 주위에 얼마나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고 다녔는가! 문득 예민해지는 감정은 고스란히 업무에서 드러났고  모습을 느끼는 나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주 악순환의 고리를 완성해가던 무렵-  이상은 이러면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회사 분과 상담을 잡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선 말이라도 붙여보자라는 심정으로. 말을 붙이기 무섭게 그날 함께 점심을 먹자는 제안을 해주셨고, 생각보다 빠르게 문제 해결을 위해  걸음 다가설  있었다.


그날의 결론은, 내 문제를 좀 더 날카롭게 생각해보고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을 세워보라는 것. 그냥 흘러가는 말이 될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놓치지 않고 연휴에 피그마로 뚝딱뚝딱 만들었다. 내 문제와 가설들을.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 하면 현재 진행 중이다.


문제와 가설들을 보여드린 순간부터 해결책이 뚝딱 나오기는 했고, 뭔가 극단적인 해결방법인 것 같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나에게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 해결책을 따르기로 했다. 그 길에서는 좀 더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 글은 좀 더 밝아질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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