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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화 Feb 03. 2021

2월3일은 '한국수어의 날'

용어를 생각해 봅니다.

오늘 2월3일은 '한국수어의 날'로 기념하는 첫 번째 기념일이어서 한국의 농사회에서 수화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2016년 2월3일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의 제정일을 기념하는 것으로서 2020년 12월 22일에 개정하여 기념일과 기념 주간을 명확히 하였다. 따라서 이번 주는 한국수어의 기념 주간으로 기념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용하는 공용어가 국어(한국어)이지만 농인에게 있어서는 한국수어가 또하나의 공용어로 사용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념해 왔던 9월23일 '세계 수어의 날'과 헷갈릴 수 있는데, 이것은 2017년 국제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실천하기 위해 UN에서 지정한 것이다. 여기 23일을 2월3일로 해서 '한국수어의 날'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세계 수어의 날'은 전 세계 각국의 언어가 다르듯 각 나라의 수어가 다르기에 국제수화를 기념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각국의 수화언어 자체를 기념하는 '수어의 날'이다. 국제수화는 음성언어에서 국제적 소통을 위해 만든 인공어인 에스페란토와 같은 것으로 각 국가의 수어가 제1언어로 체계화 되어 있는 상태에서 통문화적인 어휘로 통합되어 표현된다. 그래서 국제수어라고 부르지 않는다.


수화언어(수어)는 음성언어(구어)에 대비되고 청각장애인은 비장애인으로 대비 되듯이 농인은 청인으로 대비한다. 음성언어인 한국어의 문자언어(문어) 한글을 기념하는 날을 '한글날'이라고 하고,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를 기념하는 날을 '점자의 날'이라고 한다. 이 모두가 다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문어 표기체계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수어는 한국어 체계와는 전혀 다른 한국수어만의 독립적인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또 다른 하나의 언어인 것이다. 따라서 '수어는 언어다'라는 언어의 반복 표현 보다는 '수어는 또 다른 하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수어가 이미 언어임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수화언어를 줄여서 언어적 의미를 강조하여 수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지만 수화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거나 낮추어 부르는 것이 아니다. 용어의 사용되는 용도가 다른 것이다.


수화는 손으로 대화한다는 의미로 과거에는 손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손만으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얼굴 표정도 수어문법 체계에서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농인은 수화한다'는 말이 되지만 '농인은 수어한다'는 어색하다. '미국 농인은 미국수어로 말하고, 한국의 농인은 한국수어로 말한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요즘 언어적 관점에서 수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다 보니 모든 수화에 수어로 바꾸어 부르는 오류를 범한다. 수어노래, 교통수어, 지역명수어, 촉수어 등등, 이런 식은 곤란하다. 오히려 수어의 언어적 가치를 하락 시키는 결과를 초래 한다. 국제수화처럼 어휘적 의미로 수화를 그대로 붙여서 사용하면 되겠다.


장애자를 놈자(者)가 아닌 장애인으로 바꾸어 부르면서 그 인격성이 존중되어 사용하다 보니 장애인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더 나아가 장애우로 부르면서 장애인 자신이 친구로 부를 수 없는 해프닝이 일어났던 것 처럼 용어의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용어야 아무렇게나 사용하면 어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나의 용어는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대변 한다. 첫 '한국수어의 날'을 기념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두서없이 나열해 본다.


-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 [데프랜드] 김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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