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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화 Jun 03. 2021

6월3일은 '농아인의 날'

진정한 의미에서 '농아인의 날'이 기념되고 있는가?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6월3일을 '농아인의 날'로 기념한다. 

이 기념일을 제정한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 당시 청각장애인복지회와 청음회관에 더부살이를 하던 한국농아인협회가 1996년에 당선된 안세준 회장의 공약에 따라 독립하여 서초동 시대를 맞이 하면서 농인의 주체적인 독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첫 사업으로 시작된 '농아인의 날' 기념식이 기획되었다. 기념일은 조선농아협회가 설립된 1946년의 6월과 귀의 형상을 담은 3일의 의미를 담아 논의 끝에 제정되었다.


1회 기념식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1만명이 넘는 농아인들이 우리들의 축제를 자축하기 위해 스스로 표를 구매하여 참가했다. 물론 경품으로 자가용 승용차가 걸려 있는 등 푸짐한 상품도 한 몫 했었다. 안세준 회장은 외국의 농사회가 어떻게 발전해 오고 변화해 가는지를 각 국의 현장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터였기에 미국, 유럽, 일본의 데프데이 행사에 주목하고 주체적인 행사를 만들고자 했다.


오늘, 25회를 맞이한 현재 우리 농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청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그 처절한 노력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겉으로는 자체적인 방송국을 만들고 수어통역센터를 구축하고 수어를 공용어로 법제화 하는 등 다양한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농인의 주체성은 보이지 않는다. 농사회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권력만 강화되어 왔을 뿐... 


한국농아인협회가 장애인 단체 중에서 가장 먼저 세워지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자부심은 어디로 가고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75세의 고집불통 고령 단체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는가 말이다. 지난 30년간 농사회에 함께하면서 젊은 농청년들에게 미래를 이끌 리더로서 늘 주체성을 강조해 왔는데도 기득권층에 눌려 버린것인지 아니면 같이 동화되어 버린 것인지 이제는 변화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많은 젊은 농인들도 외국과 교류하면서 글로벌하게 시야가 넓혀졌을 법한데도 아직 청인 종속적이고 소리문화에 집착하고 있다. '농아인의 날' 기념 행사에 초대된 주빈은 농인이 아니라 예산을 쥐어 주는 정부 관료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청인 전문가들이다. 아직도 여전히 마이크의 소리 상태를 파악해야 하고 청인 귀빈 소개에 여념이 없고 노래 가락 소리에 맞추어 행사들이 진행된다. 더구나 농인 협회장도 없고 대리로 읽어대는 인사말들... 너무나 실망스럽다. 농인의 언어가 수화언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한글 사대주의에 빠져 청인들이 써준 글을 수화로 대응해서 그저 손짓으로 읽어 내려 간다. 수화의 시적인 표현과 농문화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이제 시대가 변할 만큼 변했고 25세 청년이 되었으면 스스로 자긍심을 드러낼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 한국 농사회는 일제 강점 식민지의 영향 때문인지 권력자들과 선배들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어 한글 사용이 뛰어난 사람은 더 똑똑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인가? 누차 여러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말해왔지만 외국에서 농사회 행사에 소리가 중심이 되는 경우는 없다. 어떠한 소리도 음성언어도 들리지 않고 오직 수화언어와 농문화에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인이 행사의 주인공이 되고 집중한다. 물론 수화언어를 모르는 청인들을 배려해서 보조 통역리시버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주체와 객체가 뒤바뀐 형상이다. 


젊은 농청년들이 지금 기념식에서 권리 선언을 하고 있다. 완전한 사회 참여는 주장하고 요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청인에게 핑계를 댈 일도 아니다. 우리 농인 스스로가 눈을 크게 뜨고 스스로를 되돌아 보아 주체적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내년 '농아인의 날'에는 한국 청인사회에서 주체성을 갖고 독립하는 농인 세상을 보고 싶다.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 [데프랜드]를 꿈꾸는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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