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운 내용을 기억하며 글 한 문단 써보기
-오늘 배운 내용을 기억하며 글 한 문단 써보기
-주제: 시계, 택시, 낙서, 연필(또는 볼펜), 운동화(문장은 6-7문장으로 "문단 하나 쓰기")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설렐 거야."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말이다. 나도 시계가 오후 3시를 알려주면 마음이 들뜨고 두근거린다. 우리 집 두 아이들의 하원시간은 오후 4시기 때문이다. 오늘은 뭘 하지? 오늘은 뭘 먹이지? 늘 같은 고민을 하다가 괜히 시계를 흘겨본 적도 있다. 그러다 4시 알람이 울리면 긴 한숨을 내뱉고 현관을 나선다. 시계가 무슨 잘못이겠는가? 그저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문제지.
택시승강장에서 두 어르신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싸우는가 싶어 슬쩍 다가가보니 서로 먼저 타라고 이야기 중이다. "형님 집은 저 산만디라서 택시 잡기 힘들잖여", "아이고 니 다리도 아픈데 먼저타래이" 나는 그 모습이 정겨워 웃음이 났지만, 택시기사는 누구라도 좋으니 어서 타셨으면 하는 표정이다. 다행히 뒤이어 택시가 한 대 더 왔고, 두 사람은 사이좋게 택시에 몸을 싣고 갔다.
우리 집 두 딸들은 장난칠 때만 세상에서 가장 우애로운 자매다. 하루는 책을 읽고 있는데 어디선가 슥슥 하는 소리가 났다. "어쩌지?", "물티슈를 가져와봐" 속닥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읽던 책을 놓고 살그머니 소리 나는 쪽으로 갔다. 두 아이가 벽에 온갖 낙서를 다해놓고는 그걸 지우려고 지우개를 다 가지고 와서 벅벅 문지르고 있었다. 지우개는 형체도 없이 가루가 되었고, 둘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름대로 애썼다 싶어 웃음이 났다. 내가 웃으니 두 아이도 깔깔거렸다. 결국 혼낼 시기를 놓치고, 셋이 쪼그려앉아 낙서를 지웠다.
뾰족한 펜 사이에 뭉툭한 연필 한 자루가 꽂혀있다. 아이들은 다양한 색깔의 펜을 쏙쏙 골라내어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한다. 연필은 늘 뒷전이다. 빨간색, 분홍색, 파란색, 초록색 펜은 몇 번이나 닳아서 새로 바꿔줬는데, 연필은 심이 몇 번 부러져서 깎기만 했을 뿐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모습이 꼭 나같아서 울컥했다. 주변은 변하는데 나는 항상 제자리다. 발전하지 않더라도 도태되지는 말아야하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전보다 나은 구석이 없다.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지는 연필처럼, 나도 낡고 닳아 잊혀지겠지.
헌옷수거함에 옷을 넣고 돌아서다가 발 밑에 뭐가 툭 걸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낡은 신발 한 짝이 뒹굴고 있었다. 한 쪽은 수거함에 들어갔겠거니 싶어 바닥에 떨어진 신발을 주웠다. 신발 겉은 무척 더러웠지만, 밑창은 굉장히 깨끗했다. 어떻게 이렇게 신을 수 있을까 한참 생각하던중 문득 병원에서 본 휠체어 탄 환자를 떠올렸다. 휠체어를 타면 신발은 신지만 밑창이 닳을 일이 없겠구나. 어쩌면 이번이 이 신발의 첫 땅딛기일지도 모른다. 부디 다음 주인은 신발의 밑창이 아쉽지 않게 마구 뛰어다니는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