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
스티브 잡스는 펩시콜라의 탁월한 CEO 존 스컬리를 애플 CEO로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로 호감과 신뢰가 두터워진 이후에도 CEO 제의를 수락하지 않고 미적거리는 스컬리-하긴 그는 당시 잘나가는 펩시의 CEO로서 자리를 옮길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에게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다.평생 설탕물(콜라)이나 팔거냐고!
스컬리는 뭔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잡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잡스와 스컬리는 애플의 성공을 위해 잘 협력해나갔을까? 아니다.
스컬리는 애플을 쇠락시키며 실패한 CEO로 물러났다. 이 와중에 버티려는 스컬리와 몰아내려는 잡스는 심하게 충돌했고, 둘은 이미 친구가 아니라 거의 원수로 변해 있었다.
결과적으로 스컬리는 펩시에서 애플로 가지 말았어야 했다. 애당초 잡스를 만나지 않았어야 했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니, 스컬리는 잡스와는 다른 길에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었을테니까.
잡스와 함께했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가 뛰어나다고 인정한) 극히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이 불행했다는 것은 그에 대한 찬사에 비춰볼 때 아이러니이다. 잡스는 스스로 중요하다고 고집한 하나를 위해 나머지는, 사람들까지도 다 버릴 수 있는 정말 '용맹한' 사람이었다.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으며 떠올린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다 뒤늦게 희미해진 기억으로 주섬주섬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