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지 Dec 31. 2023

2023년 안녕

BTS 슈가와 이성민 배우

'슈취타'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았다. BTS 슈가가 진행하는 인터뷰로 술과 함께 하는데, 유튜브 피드에 떠서 우연히 보았다가 생각지도 못 한 위로를 받았다. 특히 이성민 배우와 함께 한 편이 좋았다. 




이성민 배우도, 슈가도 일을 사랑하고 다작하는 사람들이다. 


이성민 배우님은 예전 무명시절에도 별로 쉬어본 적 없다고 한다. 연극 하나 끝나면 털어내고 쉬고 싶다는 동료들과는 달리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연기에 '중독'된 게 아닐까 하며, 인간 이성민보다 캐릭터로서 산 이성민의 세월이 더 길고 또 편하다고 했다. 연기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듯하다. 하지만 문득 연기만 하느라 다른 건 할 줄 모르는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슈가도 음악 만드는 게 좋고 지금도 휴가가 생기면 곡을 쓴다고 한다. 놀러도 잘 안 다니고 스케줄 외에는 작업실에 산다고 한다. BTS로서 이미 성공했고 또 충분히 바쁠 사람이 그 와중에서 곡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어떤가. 어렵고 재미없는 일도 있지만 일하면서 느끼는 희열과 쾌감이 모든 걸 압도한다. 동료와 합이 맞을 때, 가설이 맞아떨어졌을 때, 복잡한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 하물며 코드를 고쳐서 정상 동작하는 것 마저 내겐 짜릿한 자극점이다.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참치처럼 매일 일을 하며 지낸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어본다. 어차피 남의 회사인데 의미가 있느냐고도 한다. 

이성민 배우가 느꼈듯, 문득 일 밖에 모르는 내가 불쌍해져서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지 않나. 회사를 잘 이용해서 좋은 동료와도 일할 기회를 얻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서비스도 만든다. 나도 더 큰 쾌감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는 거다. 나는 이게 좋다. 





영상 말미에 슈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공연과 시상식을 위해 해외를 정말 많이 다녔지만, 당시에는 자신에게 닥친 일과 자신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체감을 못 해 즐기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립다고.


내게는 2023년이 그런 시간이지 않을까. 하얗게 불태웠다. 즐기지 못했고 고비가 많았지만 1년 잘 버텨 12월 31일이 되었다. 내가 은퇴할 때면, 2023년은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치열하게 일할 수 있던 해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렇게 일할 수 있었던 시간이 소중하고 또 그리울 것 같다. 


2024년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주어진 상황을 감사하게 여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해주고, 실수해도 별 것 아니라 이야기해주고 싶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뒤돌아서면 보이는 아쉬움, 한계라고 느껴지는 순간들 - 나뿐만 아니라 슈가와 이성민 배우같이 성공한 사람도 다 겪는 순간이다. 지칠 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건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내년에는 나를 더 다독여주기를. 


곧 그리워질 2023년 안녕. 2024년에는 잘 지내볼게.


작가의 이전글 운이 좋게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