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서울/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23.04.23
이중섭은 국민화가다. 가난, 은박지, 황소, 가족... 그를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맞다. 그는 가난했다. 그래서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일본에서 거주하는 가족들을 평생 그리워한 그의 그림엔 유독 가족이 많이 등장한다. 소도 마찬가지다. 소는 민족을, 이중섭을, 또는 부인과의 애정을 나타낸다는 여러 의견이 있다. 무엇을 의미하든 그가 그린 소는 강인하고 힘이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랑했던 이중섭 화가. 이번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엔 이중섭 작품이 무려 90여 점이 전시되었다. 은지화 이외에도 연필화, 엽서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1940년대(일본 유학 후, 함경남도 원산에 머문 시기) : 연필화, 엽서화
1940년대 작품은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대다수다. 특히 엽서화가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많이 볼 수 있는데, 그의 아내가 된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냈던 그림엽서들이다.
1050년대(한국전쟁 발발 후 월남 뒤 부산, 제주도, 통영, 대구, 서울 등을 옮겨 다닌 시기) : 은지화, 편지화
그의 작품 세계가 꽃피웠던 1950년대 작품은 은지화와 편지화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기는 이중섭 개인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향한 깊은 그리움과 애잔함이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다. 그의 작품 속 가족들은 항상 서로 뒤엉켜있다.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절대 헤어지지 않고 꼭 붙어있으리라는 그의 마음을 투영한 걸까. 그는 대형작품이 거의 없다. 대부분 작은 은지화에, 엽서에 많은 가족들이 옹기종기 그려져 있다. 그의 그리움이 작은 작품에서 농축되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고기'와 '게'도 그의 작품의 단골 소재다. 가난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을 상징한다. 늘 가슴에 품었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던 가족들과 함께였던 시절이었다. 꿈에서나마 그는 가족들과 서귀포 바다를 함께 바라볼 수 있었을까.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
중섭은 참으로 놀랍게도 그 참흑 속에서 그림을 그려서 남겼다. 판자집 골방에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면서도 그렸고, 부두에서 짐을 부리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렸고, 대표집 목로판에서도 그랬고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니 합판이나 맨종이, 담뱃값 은지에다 그렸고, 물감과 붓이 없으니 연필이나 못으로 그렸고,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제주도, 통영, 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전전하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 - 구상, '이중섭의 인품과 예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