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는 모티브 하나로 수많은 작품을 낳은 유영국 선생님의 20주기 기념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술관이 아닌 갤러리에서 이렇게 대규모 전시를 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유영국 선생님의 수많은 작품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다. 실제 이번 전시회에선 선생님의 회화작품 68점, 드로잉 21점이 K1(대표작 및 초기작), K2(70-90년대: 기본적인 조형요소가 완숙기에 이른 시기), K3(60년대 중후반-70년대 초기작 : 기하학적 추상과 조형 실험이 절정에 달한 시기) 공간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다.
68점의 회화작품을 보며 '산'이라는 하나의 모티브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유영국 작가는 산에 모든 것이 있다고 했다. 봉우리, 능선의 곡선, 사계절의 변화 속에 다채로운 색, 구름과 바람, 빛과 어둠 등등. 그래서 그는 산을 그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했다. 실제 각각의 작품들에 비치는 산의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어떤 산은 곡선처럼 부드럽기도, 어떤 산은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다. 어떤 사람은 가깝게 느껴지고, 어떤 산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자연 추상에 한 획을 긋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각렬한 색채다. 작가는 빨강, 노랑, 초록 등 매우 강한 원색을 작품에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달리 보이는 것은, 색채 또한 명함과 채도를 달리하여 다양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색채로 인해 어떤 산은 매우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어떤 산은 강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의 고향이었던 한국의 울진의 자연을 기반으로, 서구적인 다양한 색감을 입혀 그는 '자연 추상' 분야에 한 획을 전설처럼 그었다.
Work, 1968
Work, 1975
Work, 1979
Work, 1981
Work, 1990
"바라볼 때마다 변하는 것이 산이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유영국 작가에게 산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산이 아닌, 자신의 가슴속에서 늘 살아 숨 쉬는 산이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그려냈던 산. 결국 산은 작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