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기도, 때론 현시대를 담아내어 계몽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으로의 지평을 열어주기도 하는데, 이번 올라펀 엘리아슨의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 전시가 그렇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의 5년 만의 귀환
올라퍼 엘리아슨은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로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의 '날씨 프로젝트'에서 인공 태양을 연출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베르사유 궁전 등 세계적인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국내 PKM 갤러리에선 5년 만에 개인전을 열게 되었는데, 탄소배출을 절감하기 위해 1년 간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올해는 따로 방한하진 않는다.
인간은 관습에 따라 살며, 익숙한 지대에 오래 있게 되면 새로운 것을 보기 어렵다. 최근 들어서 나 또한 이 부분을 많이 느끼게 된다. 나이와 연차가 쌓이면서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어려움을 느낀다.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할 때가 생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관점을 넓혀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일부러 전시회를 찾아가기도 한다.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수많은 작가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에 그들의 세계와 생각을 담아낸다.
불확실한 사각지대로의 초대
엘리아슨은 오래된 관습으로 인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직시하지 못하는 현시대를 보았다. 그리고 관람자를 불확실성의 지대 즉, 사각지대로 관람자를 초대한다. 그곳에선 우리가 그간 보지 않았던,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자가는 색채이론은 물론 수학, 우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 탐구를 통해 쌓은 인사이트를 설치 미술, 회화, 조각 등 여러 예술 스펙트럼에 담아냈다. 관람자는 작품들을 통해 인식이 확장되고 감각이 증폭되는 새로운 경험의 차원으로 인도한다. 관람자는 비로소 예술을 '관람'이 아닌 '체험'을 하게 된다.
폐기의 요소를 가능성의 요소로 변환시키다
제1전시장에선 색채 현상 탐구에 기반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색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빛이 물체의 표면에서 튕겨져 눈의 망막에 도달할 때 구체화된다고 했다.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는 렌즈 플레어 현상에서 기인한다. 렌즈 플레어 현상은 렌즈가 밝은 빛을 향할 때 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빛의 현상으로, 사진이나 영화 분야에선 폐기해야 할 요소이다. 하지만 작가는 불필요한 요소를 예술 제작의 모티브로 삼아 가능성의 요소로 재탄생시켰다.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2022)
감각의 증폭되는 순간, 관객은 예술을 체험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제2전시장을 영롱한 빛으로 꽉 채운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이다. 하나의 다면체가 빛의 투과와 반사를 동시에 일어나게 하며,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과 구도는 달라진다. 나아가 벽면에 비친 색의 그림자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밖으로 향하는 궤도의 실재>와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는 천구의 자오선을 따라 이동하는 수학적 도형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리 구슬로 이루어진 작품을 보려면, 유리에 비치는 나와 전시 공간, 다른 수많은 구슬들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감각이 증폭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2022)
밖으로 향하는 궤도의 실재(2022)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2022)
기존의 것을 타파해보는 도전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이 딸린 갤러리 별관은 하나의 작품으로 보인다. 이곳엔 2005년작인 '색채 스펙트럼 연작'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프리즘을 통해 가시화되는 빛 스펙트럼의 근사치를 안료로 변환한 작업이다. 전통미술에서 사용하는 기본 원색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18개의 차트에 색상환으로 전환하였다.
색채 스펙트럼 연작(2005)
적색원(2008)
황색원(2008)
과학이 예술을 만났을 때,
명확하게 측정하는 수학과 과학이, 감각의 영역이 예술과 만났을 때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볼 수 있게 된다. 작가는 이를 실제 작품으로 보여주었고, 우리도 당연시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갖고 도전하라 말한다. 지금 나에게 쌓인 케케묵은 관념과 관습은 무엇일지, 그리고 변화해 나가야 할 부분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