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뉴욕 한인화가 포킴/~22.06.12
고국을 도망치듯 떠난 포 킴(김보현). 해방 전후 정치적 이념 대립 속에서 그는 갖은 고초를 겪었다. 좌익으로 몰려 전기고문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 후엔 미군 대령 딸에게 미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친미반동으로 몰렸다. 너덜너덜 찢기고 찢긴 그는 고국을 미련 없이 떠났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1955년, 그는 뉴욕으로 건너갔다. 한국 화가로선 가장 빨리 미국에 건너간 셈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백남준, 김환기 작가보다 먼저였다.
포 킴은 시대에 따라 작품세계가 달라진다. 50-60년대엔 추상표현주의 회화를, 70년대엔 정밀한 사실주의를, 80년대에는 구상회화를 시도했다. 이번 학고재의 '지상의 낙원'을 그리다 전시회에선 그의 후기 작품들을 주로 다룬다. 작품 속엔 주로 사람, 동물, 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형형색색을 이룬다. 그곳엔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없어 보인다.
"고통스러운 그림은 그리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이 고통을 많이 받았으니까" 수십 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쓰라림이 지워지지 않고 뼛속까지 남아있었다. 한 때 좌익으로 몰려 수감되었을 땐 경찰에 쫓기는 꿈에 시달려야 했던 그. 그래서 매일 무의식 속의 지상 낙원을 꿈꾸며, 붓으로 그려왔는지 모른다.
기개가 넘치는 '호랑이' 작품에선 강인한 고국이 보인다. '탑' 작품에선 한국의 단청이 모티브가 되었다.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고국. 미련 없이 떠나, 영영 돌아오진 않았던 고국이었지만 그럼에도 작품 속엔 자신의 모태, 고국을 담아냈다. 어쩌면 그는 모국과 화해했을지도 모른다.
"정치든 뭐든 잊어버리고 오히려 환상적이고 꿈나라 같은 것을 그리고 싶었다"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고 막연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진실을 찾아다닌 작가. 꿈나라에선 우리 모두 자신만의 지상낙원을 밟을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