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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원 Feb 18. 2019

베스트셀러와 신간이 아닌 이 세상의 책을 발견하는 기쁨

읽는 일이 좋은 만큼, 마음에 드는 읽을거리를 찾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다. 책 이외에도 이메일 뉴스레터나, 퍼블리같은 컨텐츠 구독 서비스들도 있지만 책에 한해서는 동네 책방이 참 좋다. 교보문고, 영풍문고에 가기만 하면 북적이는 인파에 먼저 지쳐버리는 일들을 겪다 보면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규모에 조용하고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오가는 동네 책방이 생각나곤 한다. (그런 한적함이 책방 주인분들께는 조금 속상한 일일지도 모르지만..ㅎㅎ)


교보문고에는 보통 살 책을 미리 정해서, 정말 구매만을 목적으로 가거나 약속 사이 시간이 떠서 사이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간다. 그에 비해 동네 책방에 갈 때에는 무슨 책을 살 지도 정하지 않고 갈 때가 많다.


실제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책을 진열하고 있는 지 진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대체로 동네 책방의 서가에서는 책방마다 다른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데, 보다보면 세상에 베스트셀러와 출판사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신간들 말고도 읽을 책이 많구나 싶다. 독립 출판물까지 같이 파는 책방이라면 대형 서점에서는 애초에 만나볼 수 없는 책을 발견하거나, 출판된 지는 시간이 지났지만 책방 주인의 마음에 들어서 메인 서가를 차지한 책이 있다면 또 그 나름대로의 발견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집은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우연히 마주친 그 작가, 그 출판사의 책을 찾아서 다시 되짚어 읽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공들여 발견해내야 하는 책들을 잘도 찾아내서 소개해주는, 참새 방앗간처럼 드나들었거나 혹은 한 두번 가보았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동네 책방들을 기록해본다.



서교동에 꽤나 오랜 시간동안 자리잡고 있는 동네 책방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주 가는 동네책방들 중에서 가장 '책방'보다 '서점'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게 무슨 차이냐! 라고 하면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깔끔하게 떨어지는 인테리어 탓에 기성 서점같은 느낌을 주는 건가 싶다. 디자인 책들이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굳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은 책을 큐레이션해서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 출판사나 작가들과 함께 책을 주제로 한 작은 전시를 한켠에 꾸준히 하고 있어서 겸사겸사 구경가기도 좋다. 구입한 책을 담아주는 샛노란 쇼핑백도 왠지 귀엽다.


땡스북스 정신
1. 오리지널이 된다
2. 즐거워야 한다
3. 감사하자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렇게'땡스북스 정신'도 적혀있는데, 꼭 책방이 아니어도 생각해볼만한 마인드인 것 같아 옮겨 적어둔 적도 있다.



홍대와 신촌 사이 동네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책방이다. 독립 출판물과 기성 출판물을 같이 판매하고 있는데, 집이 근처라 오며가며 말 그대로 '동네 책방'들르듯이 들르곤 한다. 독립서점 인터뷰집인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에 소개된

책을 읽기 전과 이후가 달라질 수 있는 책을 찾는다.

는 입고 기준이 멋졌다. 어찌되었든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표현하며 무언가를 꾸준히 운영해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일이다.



사실상의 공식 서울 아트북페어가 되고 있는, 독립출판 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주최하고 있는 책방이다. 연희동 한적한 곳으로 이사간 뒤로는 조금 뜸하게 갔는데, 아무래도 다른 곳에 비해 독립출판물의 비중이 꽤 커서, 희한한 책들도 구경하게 된다.



연남동 핫플레이스에서는 조금 떨어진, 연남동 동네 한복판에 조금 뜬금없이 생긴 책방이다. '일상을 예술(art)로 만드는 삶의 기술(art)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라는 것이 모토라는데, 다양한 분야의 책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다. 정말 작은 공간이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한 느낌도 좋고, 셀렉되어 있는 책도 우연한 발견을 하기에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두 책방에도 독립출판물이 많은데, 독립출판에 관련된 워크샵도 많이 열고 있다. 내가 팔로우를 하고 있어서인지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 비해 유독 그런 워크샵이 잦은 책방인 것 같다. 책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도 만나고, 소비자이던 독자가 생산자가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인 셈이다.



속초 시내에, 3대째 서점을 하고 있다는 동아서점. 그 중 3대 주인인 김영건씨가 쓴 이 서점의 속내 이야기가 담긴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속초 여행을 갔다가 들렀는데, 정말 동네 책방인지 한구석에는 초등학교 참고서들도 있는 와중에 주제별로 큐레이션되어 있는 평대들도 있는 오묘한 곳이었다. 심지어 가장 메인 매대에는 독립출판물까지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한 모든 책방들 중 가장 크기도 하고, 서가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여행지에서 읽을 책 한권씩을 사들고 나왔던 재미난 곳이다.


서가의 분류도 서점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인터넷 서점이 아닌 '서점'에 갈 최소한 한 가지 이유는 확보한 셈일 것이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현실적인 어려움에 결국 문을 닫는 책방도 많지만 소개한 곳들 말고도 동네동네마다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마운 책방들이 있다. 무슨 책을 읽을 지 모르겠을 때, 때로는 '팔리는' 책보다 책방 주인의 내맘대로 어워드에 꼽힌 듯한 책을 만나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읽을만한 것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책방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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