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옌데 Jan 04. 2021

탈모는 왜 아직도 조롱의 대상인가

머리에 나는 털에 대한 고찰

  인체에는 수천 년 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바로 머리카락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다른 부위의 체모들은 모두 각자 분명한 역할이 있다. 눈썹과 코털은 땀이나 외부 이물질의 체내 진입을 막는 중요한 임무가 있고, 얼굴에 나는 수염과 팔, 다리, 겨드랑이의 털, 그리고 음모는 외부 마찰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예외다. 두개골을 보호하는 역할이 있다면 다른 체모들처럼 평생 멈추지 않고 자라나야 될 텐데,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숱이 적어진다. 특히 유전적 이유로 줄어든 머리숱은 모발이식 시술을 하지 않는 이상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렸을 때엔 머리숱이 적고 많음은 단순히 눈이나 코가 좀 크고 작은 정도의 사소한 차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 그저 머리숱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된다.


  탈모 조롱을 인종차별과 같은 개념들과 직접 비교해보면 문제의식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누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게 큰 잘못이라는 걸 안다. 그와 마찬가지로 키가 너무 작거나 큰 사람,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 가정환경이 불우한 사람 등등을 놀리면 매우 큰 실례라는 것도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유독 탈모인들을 놀리는 건 무척 일반화되어 있다. 물론 대놓고 당사자 앞에서 놀리지는 않겠지만, 온라인/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탈모가 심한 사람 직간접적으로 롱하 문화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탈모가 극심한 놀림의 대상이 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탈모는 보통 기득권층으로 분류되는 중년 남성에게서 쉽게 발견된다. 사회적 약자를 놀리는 건 용납될 수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문제점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정치인이나 재벌, 고위공직자 같은 권력자를 희화화하는 풍자 코미디가 용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중년 남성이 기득권자가 아닐뿐더러, 또한 모든 탈모인이 기득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탈모 조롱은 풍자의 해학과는 아무 상관도 없고, 정당화될 수도 없.


  탈모가 쉽게 희화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뜻 보기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지 않아보여서다. 가발이나 모자, 흑채 등으로 탈모를 가릴 수도 있고, 또 탈모를 겉으로 드러낸다 해도 사회적 물의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주 가벼운 장애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다. (예외가 있는데, 십 대 청년이 자연적 탈모를 가질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게 분명하 때문에 대놓고 놀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지만 탈모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다만 그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각종 건강보조식품들과 고급 샴푸들, 그리고 발모제들은 가격도 비쌀뿐더러 사용도 번거롭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보장된 것은 거의 없다. 적절한 사용법을 지키지 않았거나 약효에 개인차가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요점은 유전 탈모의 진행속도를 늦춰줄 수는 있을지언정, 완해주는 약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탈모의 가장 큰 문제는 그나마 내세울 것 없는 일반인들의 외모가 한층 더 심각하게 타격을 입는다는 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의 두상은 서양인에 비해 앞뒤 길이가 더 짧고 양 옆으로 더 넓기 때문에 삭발을 했을 때 별로 예쁘지 않다. 일부 연예인들은 삭발이 어울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그의 두상이 평균적인 동양인과 다르게 예쁜 덕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탈모가 발생해도 삭발을 해버리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 편인데 동양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외모지상주의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외모에 타격을 입어 생기는 피해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한마디로 탈모인들은 사회복지의 정신적, 물질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일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 비용도 전혀 들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이 탈모를 놀리거나 희화화하지 않으면 된다. 대부분의 탈모가 보기 좋지 않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지만 않으면 해결되는 아주 단한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기초적인 예의와 존중의 문제다. 탈모는 당신이 놀리라고 있는 게 아니다. 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얼른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딸-아들의 막내로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