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여권 한 페이지에 키스를 해놓았다.
우리는 헤어졌다.
5월의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여자는 바람에 살랑이는 원피스를 입었다.
비행기 이륙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 남아있었다.
난 곧 체크인을 해야 했다.
우리는 공항 앞 한적한 잔디밭에 앉아 준비해 온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러다 문득 서로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그러다 문득 포옹을 했다.
난 오랜 여행으로 이별에 익숙했다.
그럼에도 헤어짐은 어려웠다.
180일 동안 24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여자와 작별하는 것은
1만 리터 이상의 눈물이 필요했다.
게이트 앞에서 여자와
마지막 키스와 마지막 포옹을 했다.
여자의 심장 박동을 느꼈다.
그 순간 우주는
잠시 운행을 멈춘 듯했다.
정말.
마지막 1주일 동안
많은 시간을
우리는
주말 농장에서 보냈다.
친구는 작은 땅을 빌렸다.
우리는 그곳에 잡초를 정리하고
텃밭을 만들었다.
흙을 만지며 씨앗을 뿌렸고 물을 줬다.
씨앗이 새싹을 길러내는 동안
10,000킬로미터가 떨어진 거리에서
우리의 시간도 계속
함께 되리라 믿었다.
"여권에 연애 도장은 찍으시면 안 돼요."
공항 직원은 피식 웃고
여권에 꽈당! 도장을 찍어 주었다.
여자가 내 여권 한 페이지에
빨간 립스틱 묻은 키스를 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