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슈퍼볼 광고 사례
샘 올트먼 OpenAI CEO의 한국 방문이 화제였다. 사실 토씨하나 빼먹지 않는 통역사가 더 화제였다.
그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은 한국 시장의 AI 열기를 입증하는 상징적 사건 아닐까. 실제로 한국은 인구당 ChatGPT 사용률 세계 1위, 유료 가입자 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 그러니까 2위라는 건 유료가입자 절대 수치를 기준으로 말한 건데,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유료가입을 이렇게 많이 한다는 건 좀 쩌는상황이란 말이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시장이 AI 기술에 대해 얼마나 높은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이런 맥락에서 OpenAI가 처음으로 선보인 <슈퍼볼> 광고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슈퍼볼에 광고를 하는 건 미국 마케팅 씬에서 좀 특별한 의미를 갖는데 잠깐 설명하자면 이렇다. 슈퍼볼은 미국에서 열리는 풋볼리그인데. 결승전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1억 명이 동시 시청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북미지역 스포츠 행사 중에서는 단연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다. 그리고 꽃피는 곳에 꿀벌이 가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마케터가 가듯! 이렇게 많은 이들이 집중하는 이벤트에 마케터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야말로 슈퍼볼은 각 브랜드의 마케팅 각축장이 된다.
그러다 보니 슈퍼볼은 운동경기 그 자체뿐만 아니라 경기 중간에 노출되는 광고 또한 큰 주목을 받는다. 워낙 시청하는 시청자 수가 많다 보니 글로벌 브랜드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로 자웅을 겨루는 ‘광고 대결’의 성격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USA TODAY 같은 매체에서는 슈퍼볼 경기 중간에 송출된 광고를 놓고 시청자 투표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렇게 올해 최고의 광고와 최악의 광고를 발표하니, 참여한 마케터들에겐 그야말로 성적표를 받는 심장 쫄깃해지는 순간이 될 것 같다.
그럼 각설하고 Open AI의 광고를 자세히 보자. OpenAI의 슈퍼볼 광고 <인텔리전스 에이지(The Intelligence Age)>는 ChatGPT의 가장 익숙한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로 사용자의 추가 질문을 기다릴 때, 그리고 답변을 생성할 때 나타나는 깜빡이는 '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우리가 ChatGPT를 쓸 때마다 마주하는 그 작은 '점'말이다.
이 광고가 재미있는 점은 이 점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점에서 시작해 두 개로, 네 개로 분열하는 과정은 마치 세포 분열과 증식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분열하고 복제되는 점들은 선사시대 사냥을 표현하는가 하면, 불의 발견과 바퀴의 발명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농경의 시작과 대 항해시대, 그리고 TV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이정표들을 표현해 낸다. 바로 '점'을 통해 말이다.
광고에서는 '클러터(Clutter) 현상'이라는 게 있다. 이른바 다른 광고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간섭 현상을 말한다. 여러 브랜드들이 저마다 화려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시종일관 떠들어 댄다면 이때의 클러터는 매우 높은 상황이 된다. 이걸 피하기 위해 서로 소리를 지르게 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아무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마케터들은 이러한 '클러터 현상'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크리에이티브로 승화시키며 소음 속에서도 빛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그렇다면 이번에 Open AI가 찾아낸 방법은 뭘까.
화려한 유명인, 요란한 음악, 과장된 CG로 가득한 슈퍼볼 광고판에서 OpenAI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조용하고 미니멀하며 사색적인 접근이었다. 이는 단순히 다름을 보여주기 위한 차별화가 아니었다. 주간 사용자 3억 명이 사용하는 ChatGPT의 본질(질문, 대화, 창조)을 담백하게 표현하려는 전략이었다.
결국, 이 광고에서 말하려고 하는 강력한 한방은 바로 엔딩 부분에 나오게 된다.
모든 진보는 하나의 시작 '점'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창조하고 싶은가?
이 멘트가 킥이다. OpenAI는 자신들의 제품을 파는 대신,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광고는 판매가 아니라 초대가 된다. 그리고 이 초대는 OpenAI의 UI에 있는 깜빡이는 점, 즉 브랜드의 가장 핵심적인 아이덴티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점으로 상징되는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과연 무엇이냔 말이다. 이 광고가 특별한 이유는 OpenAI의 비전과 아이덴티티를 하나의 점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제품의 인터페이스에서 출발해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거대한 서사로 확장하면서도, 그 연결고리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필연적으로 느껴진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비전을 말한다. 하지만 그 비전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메시지는 공허해진다. OpenAI의 광고는 가장 작은 요소(깜빡이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인류의 진보)를 끌어내며, 스스로가 가진 업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마케터로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 브랜드의 비전은 무엇이고, 우리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
ChatGPT의 깜빡이는 점처럼, 우리 브랜드에도 매일 고객이 마주하는 작지만 본질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고,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확장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빛나는 광고가 탄생한다.
OpenAI의 슈퍼볼 광고는 화려한 제작비나 유명인의 힘이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로 승부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자신감이 오히려 가장 크게 울렸다. 슈퍼볼의 소음 속에서 침묵을 선택한 OpenAI처럼, 때로는 낮은 목소리가 더 멀리 전달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바로 이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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