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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antir] 성수동 팝업의 숨은 의도와 의미

B2B 기업 팔란티어의 팝업 스토어 사례

by 서양수


팔란티어가 2025년 10월 14~15일, 이틀간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무려 글로벌 최초의 팝업 이벤트였다! 현장에는 총 6종의 한정판 굿즈가 등장했고, 그중 5종은 첫 공개였다. 모든 제품이 한정 수량으로 선착순 판매되면서 오픈런 대기 행렬이 300m를 넘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숫자와 완판이 이 이슈의 본질은 아니다.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을 잘하지 않는 B2B 기업이 왜 이런 행보를 했는지, 대체 그 속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특히나 마케터라면 기업의 이색적 행보 이유와 그 효과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글을 시작한 이유다.



팔란티어는 어떤 회사?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체제를 구축해 주는 기업이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합하는 '온톨로지(Ontology)' 작업이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통해 팔란티어는 고객사가 복잡한 데이터를 쉽게 이해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미국 국방부나 중앙정보부(CIA), 연방수사국(FBI) 등이 팔란티어 서비스를 이용하며, 미국 정부가 인정한 방산 AI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팔란티어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월가를 놀라게 했다.


그러니까 이런 회사가 성수동에서 굿즈를 판다는 게 얼마나 의외의 조합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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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성수동일까?


팝업 장소로 성수동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공간적 결정이 아니다. 성수는 지금 서울에서 브랜드가 문화를 이야기하는 무대이자, 감각적 경험이 소비되는 상징적 지역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전시 공간, 팝업 스토어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보는 소비’를 넘어 ‘찍고 공유하는 경험’을 만들어내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자신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소비자가 그 경험을 자발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도시적 플랫폼인 셈이다. 팔란티어가 성수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문화적 접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기술 기업이자 B2B 중심의 브랜드임에도, 팔란티어는 이 공간을 통해 자신들이 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조직이 아니라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문화를 리딩한다’는 말은 팔란티어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문제 해결 집단’으로 규정한다.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선, 표면적 현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본질적 해결은 단순한 기술적 개선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작동하는 근본적인 구조의 변화, 즉 문화적 전환에서 비롯된다.


결국 팔란티어가 성수동을 무대로 선택한 이유는, 자신들의 철학을 가장 자연스럽게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통해 문화를 바꾸는 회사’, ‘데이터로 문제를 푸는 동시에 사회적 감수성을 확장하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성수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의 팝업은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가 아니라, 기술과 문화가 맞닿은 지점에서 브랜드가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하는 하나의 선언에 가깝다.



* 팔란티어 대외협력 총괄 인터뷰

https://www.youtube.com/shorts/apgJ2aXdu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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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팝업의 숨은 의도 세 가지


브랜드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이벤트나 실험처럼 보이더라도, 그 이면에는 명확한 목적과 계산된 의도가 숨어 있다. 우리가 그 의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느냐의 문제다. 목적이 분명하고 결과가 효과적이라면, 그 모든 행위는 스스로 정당성을 획득한다. 팔란티어의 성수 팝업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단순한 굿즈 판매 행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략적 메시지와 뚜렷한 의도가 자리한다. 나는 그들의 이번 행보가 세 가지 방향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1) 팬덤이 투자자가 되는 선순환


최근 기술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를 소비재처럼 다루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엔비디아의 티셔츠,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굿즈처럼, 기술 중심의 기업들이 이제는 ‘제품’이 아닌 ‘정체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팬덤화는 단순한 호감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팬들은 자신들을 ‘테슬람(Teslam)’이라 부르며 브랜드의 철학과 세계관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들은 소비자이자 투자자, 그리고 자발적인 홍보자가 된다.


팔란티어의 경우도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강력한 개인투자자 팬덤, 즉 ‘서학개미’ 기반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팔란티어 주식 규모는 약 8조 1500억 원으로,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외국 주식이다. 이런 수치는 팔란티어가 단순한 B2B 기업을 넘어 ‘팬 기반의 투자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성수 팝업 현장을 찾은 이들 중 다수도 실제 팔란티어의 주주였다. 긴 대기 행렬과 오픈런 현상은 이들이 단순히 굿즈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브랜드의 일부가 되기 위해 모였음을 방증한다. 팔란티어에게 굿즈는 매출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 공유와 소속감 강화를 위한 매개체다. 즉, 주주와 팔로워, 지지자를 하나로 묶는 페스티벌형 커뮤니티 브랜딩 전략으로 읽을 수 있다.


* 관련기사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5/10/14/5HJ46VBYPVCB5AZ64ECYHZFWXI/



2) 소프트 파워. 여론과 미디어 지형에서의 우위 확보


이번 팝업스토어는 전형적인 광고나 프로모션이 아닌, ‘회자되는 이벤트’로 설계됐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공간 구성, 한정판 굿즈의 희소성, 그리고 팔란티어라는 B2B 기업이 처음 시도한 팝업이라는 의외성 자체가 강력한 뉴스 밸류를 만들어낸다. 이 세 요소는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을 촉발하고, 언론 보도와 SNS 확산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그 결과, 별도의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PR과 SNS에서의 파급력을 확보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이 방식은 이미 다른 브랜드의 성공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예컨대 시몬스는 침대 회사라는 한계를 ‘성수 팝업’으로 전복시키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팔란티어 역시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했다. 다만 차이점은, 이들이 B2B 기업이라는 점에서 ‘낯섦’ 자체가 더 강력한 화제성을 만든다는 것이다. 팔란티어는 이 B2B의 이질감을 오히려 전략적으로 활용해, 딱딱한 기술 중심 이미지를 부드럽게 전환하고 브랜드에 인간적인 결을 입혔다.



이러한 감성적 접근은 단순한 이미지 제고에 그치지 않는다. 여론이 형성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긍정적인 인식은 결국 정책 결정자와 산업 파트너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팔란티어의 성수 팝업은 일반 소비자 대상의 마케팅이 아니라, 공공·대기업 시장에서 우호적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소프트 파워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한국은 전략 시장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데이터 집약 산업 허브다. 디지털 전환, 국방, 항공, 금융 등 데이터 활용도가 높은 산업이 밀집해 있으며, 특히 정부 정책과 기업 의사결정이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 브랜드 인지도, 사회적 신뢰, 그리고 정책적 공감대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팔란티어가 대중을 상대로 한 팝업스토어를 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관련 기사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10/14/GYN2VD5HQJFN5JVMH4DKAOU65M/



이 이벤트는 단순히 굿즈를 파는 행사가 아니라, 시장 진입 전략의 일부로 설계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성수 팝업을 통해 대중적 관심과 친숙함을 확보하고, 동시에 비공개로 진행된 C레벨 미팅과 파트너 라운드테이블에서 실제 협력 논의를 구체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작동한 것이다. 즉, 팝업이 분위기를 띄우는 공개 무대였다면, 경영진 미팅은 실질적 사업 협상의 비공개 무대였다.


팔란티어는 이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은 자사의 두 번째로 큰 해외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고려하면, 이번 팝업은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성수의 이틀은 브랜드 홍보가 아니라 시장 진입 선언에 가까웠다.


* 팔란티어 IR 설명 자료




인사이트. B2B 마케팅의 문법이 달라졌다


팔란티어의 성수동 팝업스토어는 B2B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거의 B2B 기업은 대중을 대상으로 마케팅할 이유가 없었다. 경영진이나 의사결정권자만 공략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테크 기업의 팬덤은 투자로 이어지고, 투자는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된다. 또한 이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그러한 여론은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건 필연적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좌우한다.


21만 원짜리 후드티를 사려고 줄 선 사람들은 그냥 소비자가 아니다. 팔란티어의 투자자이자, 지지자이며, 브랜드 앰버서더다. 그들이 SNS에 올리는 사진 한 장이 수백만 원짜리 광고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닐까. 그런의미에서 팔란티어는 성수동에서 단순히 굿즈를 판 게 아니다.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틀간의 팝업스토어는 그냥 이벤트가 아니라, B2B 브랜딩의 새로운 사례가 되고 있다.


B2B 브랜드도 팬덤을 만들 수 있을까? 팔란티어의 성수동 실험은 우리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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