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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Feb 21. 2022

인문학이 뭔지 모르겠다.

7년 전 쓴 글

요즘도 인문학 인문학 많이들 이야기하고 하고 하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7년 전에도 잘 몰랐나 보다 아래와 같은 글을 어디다 써놓은 걸 옮겨놓는다




인문학이라는 말의 뜻을 잘 모르겠다. 


위키백과에는


인문학(人文學, 영어: humanities)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라고 한다. 



학문명 백과에서는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자연과학(自然科學, natural science)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주로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한다. 자연과학이 객관적인 자연현상을 다루는 학문인 것에 반해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연구의 영역으로 삼는다.


라고 나와있다. 



어느 학문이나 그렇듯 정확한 정의나 범위를 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요즘 인문학이라는 말은 더 모호하고 장황하게 쓰이는 것 같다. 문, 사, 철이 주가 되는 학문인지, 대인관계나 처세를 위한 학문인지, 사람을 위하자는 것인지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힐링해줄 거야라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삐딱한 심성의 나로선 그 말에 어떤 경계심이 생긴다. 인문학의 정의보다는 세태의 한 흐름으로서 인문학이라는 패션에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 것이다. 



 인문학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 것이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열풍적인 인기를 끌면서인 것 같다.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인문학 서적이나 특강이 많이 나왔다. 거기에 '힐링'이라는 시류까지 같이 타게 되면서 더욱 인문학이 우리 주변에 붐비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세상 꼬라지는 정의롭지 못하고 삶은 팍팍해서 힘들고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 졌을 때 인문학이라는 말이 트렌드 키워드로 상품의 겉표지에 박힌 것이다. 그러더니 인문학이라는 것은 급기야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류의 유행 상품처럼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사회를 리드해 나갈 창조적 인간이지.'라는 말을 하고 또 듣기 위한 것이 돼버렸다. 자기 계발 쿠폰이 된 인문학 책 영수증. 



  이런 자기 계발식 인문학 공부는 알고 보면 자기 위안을 통한 성실한 사회의 부품 되기(자발적 세뇌) 일뿐이다. 그렇게 자기 위안이라도 된다면 다행이다. 그렇기는커녕 소위 인문학적 소양이라는 것이 취업이나 승진 등을 위해 쌓아야 할 스펙 중 하나가 돼버리고 있지 않는가. 뭘 자꾸자꾸 쌓아서 압사될 지경으로 살고 있는데 거기에 또 책한 꾸러미를 더 얹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취업을 위해 외모를 가꾸고 좋은 슈트를 사고 심지어 성형까지도 불사하는 요즘, 인문학은 뇌를 번지르하게 보여줄 슈트 같은 게 돼버린 것이다. 뇌까지 섹시해야 하는 세상. 쌓아야 할 스펙이라면 업무와 연관성이라도 있지만, 채용에 있어서 요구하는 인문학이라는 것이 업무와도 별 상관없다. 자기가 역사 속의 누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식이다. 결국은 '답정너'인 것을. 난센스 퀴즈를 푸는 능력을 가늠하는 정도의 평가밖에 되지 않는다. 잘하면 장학퀴즈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열풍에 휩쓸려 이것저것을 배워야 한다고 자기 삶의 리듬을 놓치게 된다면 다 헛된 일이다. 자기 삶을 제대로 살자고 인문학 공부하는 것 아닌가. 



  나는 인문학이 공적인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라를 위해? 회사를 위해? 그런 인문학은 없다. 그저 평가용 교양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인문학은 각각의 개인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또 그 개인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니체'의 철학이고, '김수영'의 시다. '베이컨'의 그림이다. 니체와 김수영을 알고 싶고, 베이컨과 친해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살면 좋겠다 모색하는 것. 면접용 슈트가 아니라 각자의 몸에 맞는 옷을,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찾고 만드는 것. 난 그게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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