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이아저씨 -
새벽공기가 바뀌는
8월 중순 출근길에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온 몸으로 맞이하는
아련한 추억의 계절
그늘 바람이 선선하다
20대 중반의 첫 경험처럼
끊임없이 뜨거웠던
폭염이 사그라든다
쾌락에 눈 떠
온종일 달아오른 것처럼
더운 입김은 여전하지만
볕을 피해
그늘 골목 지름길로 접어들면
어제와 다른 시원한 공기에
아, 곧 쓸쓸함이 오겠구나
싶다
이별은 늘 그늘바람 같았고
선명한 그 날의 내 바람은
꼭 잊음이었으나
철만 되면 철없이
잊지 못해
견딘다
이별은 시나브로 찾아오고
지나고 나면 되레 속시원하기도 하였다.
나대로는 최선을 다한 열렬한 사랑이었으나
다툼이 잦아지고 끝은 칼날 같았다.
연애경험이 별로 많지 않아서인지
가을이 되면 그녀들의 안부가 스치듯 궁금했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어지워낸다.
20대의 사랑
그 시절의 모든 순간이
지금을 살게 하는
감성 에너지가 되었고
그 후로
사랑은
현실이자
편안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