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아저씨 Feb 26. 2018

울 할매 곰국

울 할매 곰국

- 홍이아저씨 -


한우사골 곱게 고아

뽀얀국물 펄펄 끓여

하얀 쌀밥 풍덩하면


"일나가 밥 무라"

외치는 카랑한 할매 소리

아궁이속 장작냄새

그 위로 밥 익는 풍경이


서늘한 아침서리

이른 새벽 고된 논일

다 이자뿌게 한다


고소한 사골국물 위로

은은하이 올라오는 대파향

그래 바로 이기다

한 그릇에 모다담은 손맛

울 할매 곰국!


음미할게 뭐가 있노

밥 말은 국그릇에

숟갈질하기 바쁘다


한 그릇 갖고는 모지란다

"할매~ 밥 쪼매만 더 도!"

쪼매만 달라케도 꼭

고봉으로 돌아오는기

"아~ 너무 많은데~"

그라면서 노
다 말아 묵는다


-------------------------------------

울 할매는 라면을 참 못 끓이셨습니다.

라면 하나 끓이는데 국수를 집어 넣어

라면엔 원래 국수가 같이 들어있나보다 할 정도였으니...


쪼달리는 시골, 촌집에서

그렇게 라면 하나를 끓여 여러 손자,손녀들이

간식으로 먹으려면

물도 더 붓고 국수를 넣어 양을 늘려야 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도 큰아버지께서 옹천 장에 가셨다가

소뼈와 고기를 사오시는 날엔

라면 끓이던 가마솥에 뽀얀국물이 가득

마술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특별히 간을 하지 않았는데도

국물맛이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었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명절에 안동내려가면 큰어머니께서

가마솥에 곰국 끓여주시면

꼭 밥 두 공기를 먹게 됩니다.


위가 그걸 기억하나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미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