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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점휴업 Sep 07. 2023

2일째 농사가 좋지 얼마나 자유로와

: 10박 11일 시골언니@강릉


오늘의 일정

- 구정 텃밭에 가서 퍼머컬쳐 이야기 듣고 풀채집

- 채집한 풀로 페스토와 파스타, 허브시럽 만들기

- 샴푸바 만들기

- 영상기획안 작성하기

- <씨앗의 시간> 상영회 

+) 어제 만든 숯치약을 써봄, <가이아의 정원>과 <무비료 텃밭 농사 교과서> 추천 받음



숙소에서 창밖을 보면 기와 지붕이 촘촘히 보인다
숙소는 내일상회 2층이다 종종 협동조합 분들의 지인 분들도 화장실을 쓰러 오시는 것 같다 괜히 나까지 마음이 따뜻
구정에 있는 텃밭에 다녀왔다 벽돌로 쌓아 올린다고 한다

생태마을내일 협동조합 운영진 분이 운영하시는 텃밭 구경을 했다. 간단하게 퍼머컬쳐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기본적으로 퍼머컬쳐 디자인을 한 밭인데 몇 가지 기억나는대로 적어두고 내가 내년에 다시 텃밭을 하게 된다면 적용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비닐 멀칭을 하지 않고 볏짚으로 멀칭을 하고 잡초는 베자마자 다시 덮어서 멀칭에 얹어 쓰시는 듯 하다. 벽돌로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텃밭을 만드는데 허리를 숙여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고 지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햇빛이 닿지 않는 쪽에는 응달에 자라는 작물을 심을 수 있다. 이랑을 만들어 두면 두둑이 내려 앉기 마련인데 봉분처럼 돔형으로 높에 쌓아 올려 두었다가 점차로 작물이 영양분을 먹어 두둑이 내려 앉은 것도 보여 주셨다. 곳곳에 클로버를 심어서 질소 성분을 땅에 묶어 두고 길은 발달장애인도 이동하기 편하도록 정비했다. 비료는 전혀 쓰지 않지만 집에서 생긴 음식물 쓰레기 중 비료로 쓸 수 있는 것을 따로 모아 각 구획의 가운데에 쌓아둔다. 계란껍질 커피찌거기 등을 모아 두면 비료가 되는 식인 듯하다. 그 언제보다 나비와 벌을 많이 봤는데 정말로 분주히 할일을 하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텃밭에서 채집해온 풀을 다듬어서 파스타를 해먹고 허브시럽을 만들어서 차를 마시고 스머지 스틱을 위한 풀도 모았다
2기 참가자 3명이 함께 만든 샴푸바 전신에도 사용은 가능하다고 한다

제로웨이트 운동을 하고 있는 운영진의 이야기도 들었다. 제로웨이스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설명할 맥락도 꺼리도 무척 많으니 샴푸바를 같이 만드는 과정에 녹여 설명을 하신다고 했다. 여느 활동이건 비슷한 고민이겠지만 자신의 일상을 통제하고 삭제하려는 맥락에는 아무리 공감하더라도 몸이 잘 안 움직인다. 그래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고 하나씩 나에게 맞는 것들부터 채택해보는 식으로 진행하셨다고 하는데 그것도 와닿았다. 나도 이번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두가지 정도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치약을 어제 만들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치약이나 샴푸바와 같은 생필품을 만드는 재료는 벌크로 구매하면 저렴한데 아무래도 혼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하고 소분하면 금방 소진된다고 하셨다. 나무칫솔도 공구로 시작하셨다고 하니 역시 사람이 짱이다. 공간 자체가 주는 안도감도 좋았다. 필요한건 다 있지만 구태여 꾸미기 위해서 만든 것은 없어서 마음이 편안했다. 


자신을 설명하는 사진 4가지로 소개를 하는 날

지역에서 영상활동하는 운영진 분과 함께 이번 프로그램 중 일환으로 기록물을 남기는 것에 대한 기획안 작업도 했다. 어쩌다 보니 매번 강릉에 올 때마다 얼마나 초록색이 아름다운지 감탄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초록색 물건이랑 사건만 기록해서 남겨 보기로 했다. 결과물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영상물을 찍어 본 적이 없어서 재밌겠다. 프로그램이 조금 더 이주에 포커싱 되어있기를 기대했던 터라 여행이나 체험에 가까운 구성이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또 언제 해보겠나 생각을 한다. 오히려 언제나와 같이 떠나와도 머릿속에 사람들이 맴도는 마음이다.


강릉시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상영회 이후 간단한 소감 발표 중

<씨앗의 시간>이라는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다녀왔다. 다시 곱씹어 보면 좋을 말들이 많이 나왔고 얼마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토종씨앗을 키워내는 농부의 궤적을 찾는 내용이었다. 토종씨드림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실제로 키워내서 그 씨앗을 퍼뜨리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인데 종자는 일반인과 농부가 팔 수 없고 종자회사만 팔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종자회사에서 파는 씨는 심고 난 다음에 씨를 거두어도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할머니 농부가 한 분 나왔는데 그저 일이 최고라고 일이 없으니 몸 아픈걸 아신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매일이 '왜' 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데 사실 농사를 지으면 왜라는 건 없고 그래서 어떻게 만 남는 것 같아서 사람에게 정취가 남나 보다. 각자의 이유야 있겠지만 청명에 씨를 뿌리고 상강이 되기 전에는 추수를 해야 한다. 뱀날과 소날이 있는데 뱀날은 밭에서 뱀이 자주 보이기 때문에 위험해서 쉬어야 하고 소날은 쟁기가 유달리 부숴진다고 쉰다고 한다.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와 욕망의 크기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생각해보면 그런게 있을리가. 오히려 한번씩 속도를 낮춰야 아는 것 같다. 여기서 손에 잡히는 사람과 키워드를 잘 굴려서 결국엔 오긴 하겠다 싶다. 운영진 분들이 좋은 분들이라서 앞으로도 알고 지내면서 강릉에 자주 오고 싶다 생각이 든다. 매일 밤마다 참가자 분들이랑 모여서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데 이건 돌아가서도 동거인과 하고 싶다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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