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이 주는 여행의 재미
오슬롭 작은 어촌 마을에서 만난 인연
더 오래 머물고 싶었던 평화로운 모알보알을 떠나 오슬롭으로 향했다.
오슬롭은 작은 어촌 마을이었는데 어느 날 고래상어가 찾아와 유명해진 곳이다. 막탄이나 세부시티에서 자정에 출발해서 새벽에 고래상어 투어를 하는 상품도 많았지만, 일정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우리는 오슬롭에서도 하루 머물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숙소 앞에는 여러 대의 뚝뚝이가 늘 대기하고 있는데 미소가 친절해 보이는 젊은 기사분이 있어 그의 뚝뚝이를 탔다.
아이는 필리핀이나 태국에서 탈 수 있는 "뚝뚝이 타기"를 자동차보다 더 좋아한다.
아이들에게는 승차감보다는 바깥 풍경과 바람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통통거리는 뚝뚝이가 훨씬 재미있나 보다.
이 지역에서 맛있는 식당은 어디인지, 지금 가는 식당은 평이 어떠한 지,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그에게 조언을 들으며 식당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영어도 잘하고 친절하기까지 좋은 분을 만났다 생각했다.
숙소에서 식당까지 이동 가격은 200페소였는데 식당에 도착해서 찾아보니 작은 단위 화폐가 없었다. 친절하게 설명도 잘해주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미소 덕분에 잘 왔으니 팁을 포함해 500페소를 드리겠다고 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와 여행을 하다 보니 내려야 할 때 안 내린다고 버티기도 하고 시끄러울 때도 있어서 타인의 친절이 내게는 제일 소중하기에 팁을 드리는 것이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뚝뚝이 기사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식당 카운터로 갔다.
“왜 그러지?” 하고 보니 카운터에서 돈을 바꿔 나에게 300페소를 거슬러 주고는 미소를 지었다.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워도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그러려니 하는 편인데 다시 마주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손님에게 보여주는 그의 정직함이 감동적이었다.
그에게 저녁을 먹고 1시간 후에 다시 돌아갈 예정인데 혹시 뚝뚝이를 탈 수 있을지 물어보고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 오슬롭에서의 여정에 그가 함께 해주면 든든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일 새벽에 우리는 고래상어를 보러 갈 예정인데 혹시 같이 가줄 수 있을까?”
그는 고래상어 투어를 자주 안내한다며 좋다고 했다.
"오케이 좋아! 새벽 4시 30분에 만나”
우리는 다음 날 고래상어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했고, 그는 출발해야 하는 시간을 알려줬다. 4시 30분?!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사방이 어둑어둑한 시간, 고래상어 투어를 떠나면서 낯선 뚝뚝이였다면 조금 무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안내소에 도착해서 그는 여행사 없이 와서 어리바리한 우리를 대신해서 표를 끊어주고 우리가 탑승순서를 놓칠까 봐 부지런히 챙겨줬다.
표를 들고 나란히 앉아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며 어부들이 배를 띄우며 준비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일출과 함께 힘차게 배를 띄우는 어부들, 처음 보는 새로운 광경에 일찍 일어난 피곤함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고래상어투어는 대부분 여행사를 끼고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방문하기 때문에 상상이상으로 사람이 많았다. 정말 많은 단체 관광객들 사이에서 그의 도움 덕분에 놓치지 않고 배를 탔고, 고래상어 투어를 시작했다.
아마 우리끼리 왔다면 여기 치이고, 저기 치여서 이렇게 내 순서에 맞게 배를 타지 못했을 것 같다.
고래상어를 빙 둘러싸고 계속 어부들이 새우젓을 뿌려주고 있었고 고래상어는 온순한 모습으로 새우젓을 먹으며 바닷속을 헤엄치고 다녔다. 날을 잘 못 잡았는지 파도가 꽤 거칠었다.
인터넷에서 많이 본 인생샷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파도가 세고 배에 부딪힐 것 같아 한번 바닷속에 들어가 고래상어를 보고는 바로 배로 올라왔다.
거대한 고래상어가 자유롭게 수영하는 모습을 신비롭게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새우젓 비린내와 거친 파도에 정신이 없었다. 지나치게 상품화된 모습과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에 휩쓸리다 보니 기대와 달리 별로 감흥이 없었다.
이제 체크아웃을 하고 막탄으로 가야 할 시간. 그의 뚝뚝이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1박 2일 동안 우리가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했어요. 고마워요"
그의 섬세한 배려 덕분에 우리에게 오슬롭은 충분히 머무를만한, 아주 즐거운 기억의 장소가 되었다.
이제 세부시티에서 한식도 실컷 먹고, 밀린 빨래도 하며 여행 후반을 준비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