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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Jul 02. 2024

[과거] 하와이에서 찾은 두 번째 삶

자연치유의 힘




자.연.치.유'라는 단어의 힘은 엄청났다.


그날 도서관에서 그 단어를 접한 이후로, 나는 자연과 치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갔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생겼고, 그 결심은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향한 강력한 에너지를 내게 불어넣어 주었다. 내면의 평화와 활력을 되찾기 위해 나는 내 자신과 처한 환경을 모두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떠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어졌다. 그러나 도시를 떠나본 적 없는 나에게 한국의 시골은 낯설었고, 학생 신분이라는 점을 활용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운 좋게도 하와이 대학교에 합격했다.


기쁜 마음과 동시에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도 함께 찾아왔다. 여전히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서투르고 힘들었던 상황이라 엄마는 내가 엄마 곁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몇 개월간 이불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어둠 속에 갇혀 지내던 나를 타지로 떠나보낸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는 염려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직관적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보다 설렘이 나를 더 가슴 뛰게 했다. 다시 가슴이 뛰고 설렘이 있다는 것은 내 안의 분노와 절망, 그리고 죽고 싶은 마음을 서서히 사라지게 했다. 죽어가던 영혼을 살리는 것은 '희망'이었다.


다들 영어 공부가 목적이라 미국 동부나 중부 지역을 선택해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인기가 낮은 하와이를 선택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나는 공부보다는 그냥 놀고 쉬고 싶었다. 무엇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매일 추위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중부와 동부의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2학기를 지내고 4계절을 겪어야 한다면 따뜻한 하와이에서 지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3개월은 학교도 가는 둥 마는 둥 매일 학교 끝나고 콜드스톤 아이스크림 먹는 재미만 알고 지냈다. 그러나 건강하고 맑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얼어붙었던 내 마음도 녹아가고 있었다. 모든 과목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고 한 학기를 마쳤지만, 하와이에 간 지 3개월이 지난 후 나는 홍수처럼 생리가 다시 터졌다. 붉은색의 피가 다시 내 몸에서 나올 때 나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다시 내 몸에서 무언가 생명의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듯한 활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나는 믿는다. 그것이 친구들의 사랑과 하와이 자연의 에너지가 가진 치유의 힘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나의 마음도, 나의 생각도, 나의 가치도, 나의 삶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자연의 힘을 처음 느꼈고,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매력을 처음 알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인간을 정화시키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물론 그 당시 나의 모습은 다시 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겉모습을 치장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툴렀지만 자연에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받아지는 경험을 통해 나로 존재하는 법을 조금씩 조금씩 연습하며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법을 알게 되었다. 덜 스트레스받고 덜 경쟁하고 덜 서두르고 덜 애쓰면서 살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더 이상 스트레스받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내 삶이 충분히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1년의 시간이 그동안의 가치관과 관념을 다 허물어버리고 상처들을 아물게 해 줬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을 만났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바다만 곁에 있으면 행복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 안의 껍데기들이 조금씩 조금씩 벗겨지고 얇아지고 있었다. 나를 조금 더 투명하게 보여줄 자신이 생길 때쯤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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