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쓸 때는 욕심이 많았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거야!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이야기를 쓸 거야! 디즈니가 영화로 만들고 싶을 만큼 탐을 낼 이야기를 만들 거야! 태양의 서커스에서 공연될 만한 이야기가 최종 목표야! 지금 돌이켜보니 좀 부럽기도 하다. 그때의 내가, 그때의 열정이. 그때의 욕심이. 그런데 왜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들이 사라졌을까.
사실 욕심이나 야망은 글쓰기를 오래 지속하는 동력이 될 수 없다. 지나친 욕심은 쉽게 지치고, 실망과 깊은 슬럼프를 가져올 수 있다. 오래 멀리 가기 위해선 그런 욕심을 태워서 연료로 삼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행히 빨리 알아차렸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내려놓았다. 포기는 잘하는 편이라. 내 목표는 가능한 오래 끝까지 가는 거였기 때문이다.
머리 하얀 할머니가 되어(벌써 많이 하얘졌지만 ㅠㅠ) 햇빛이 가득한 창가 앞 책상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차와 쿠키를 앞에 두고 고양이와 강아지도 발치에서 잠을 자고 뜨개질 실뭉치는 한쪽에 굴러가고... 편안히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 나의 미래의 이미지다. 그때까지 지속 가능한 작가로 사는 일이 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어야 하고 선택받아야 하고 주목받아야 하는 시기를 지나왔고 어느 순간부터 조용하고 차분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그래도 되는 여유가 아직은 있으니. 느긋하게 산보하듯 글의 정원을 거닌다. 정원에 있는 슬럼프 웅덩이에 발 하나가 빠질 때도 있지만. 뭐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