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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Oct 31. 2022

슬럼프 일기8

여행을 떠나고 싶다

새 이야기의 공간을 구상하고 써 나가는 일은 매우 즐겁다. 그때는 뭔가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곳에 여행을 갔다 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딘가에 꼭 있을 것 같은 곳 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내가 만든 상상의 공간은 마치 꿈속 공간 같다. 자주 꾸는 꿈속의 낯익은 공간.

가끔 헤매는 꿈을 꾼다. 할 일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주로 꾸는 꿈이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 있는데 집으로 와야 해서 어딘가 터미널인지 정류장인지에 가서 집 근처 오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제대로 못 찾고 못 타고 걱정하며 헤매는 꿈이다. 한 번도 제대로 집까지 온 적이 없다. 심지어 버스를 잘못 타기도 한다.

가까운 곳에는 작은 해변이 있어 바다로도 쉽게 갈 수 있고 놀이공원도 가까이 있다. 바다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병풍 같은 바다다. 놀이공원엔 놀이기구가 있는데 아이들만 탄다. 사람들은 재밌어하지 않는다. 배 같은 걸 타고 어두운 곳을 지나고 올라갔다 떨어지고... 내가 탄 적은 없다.

그런 나의 단골 꿈 공간처럼 이야기 공간을 구성하거나 상상할 때는 그런  느낌이 든다. 살짝 불편하면서도 여러 번 와 본 것 같기도 하고 처음 온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나만의 상상의 공간을 거닐고 구경하는 일은 즐겁다. 내가 가면 길이 된다는 말처럼 그곳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인데 내가 걸으면 그곳에만 불이 들어오고 모습이 나타난다. 까만 종이를 긁으면 뒤에 숨어있던 알록달록한 그림이 나오는 것처럼.

코로나 때문도 아니면서 오랫동안 그곳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떠나려 하면 두려움과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가방을 꾸려 상상의 공간으로 과감히 여행을 떠나고 싶다. 모험과 사랑이 가득한 그곳으로. 이 슬럼프가, 삶의 번잡스러움이 지나간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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