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 재미없으면 억지로 읽고 억지로 쓰고 억지로 봐야 한다. 숙제도 아닌데 억지로 그래야 하나 싶다.
최근 몇 권의 동화책을 읽었다. 아는 사람들이 주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보내주기도 한 책들이다. 솔직히 내가 돈 주고 사 보고 싶은 책들은 아니었다. 아이가 있었다 해도 혹은 조카에게라도 사 주고 싶은 책들은 아니었다.
억지로 읽었다. 재미없었다. 억지로 한번 읽었지만 두 번 읽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재밌어 읽어봐라고 권할 수도 없는 책들이었다. 버릴 수도 갖고 있을 수도 없는 난감한 책들이었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으면 슬럼프가 안 생길 수가 없다. 내 책이 누군가에게서 이런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가 뭔가를 쓸 마음이 사라진다. 쓸 의욕이 상실된다.
재미없어서 억지로 쓰는 글이라면, 재미도 없는데 억지로 읽게 만드는 글이라면 아예 안 쓰고 말겠다는 고집이 생긴다. 괜히 종이 낭비,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재미있게 쓰고 싶다. 그게 될 거 같아야만 그때 글을 쓰겠다. 그래서 당분간 재미있어질 때까지는 슬럼프를 유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