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갤러리, 마크 로스코전
입구에서부터 사선으로 보이는 짙은 레드와 브라운의 분할된 색감을 느끼자 일찍부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홍보에 올라온 옐로 바탕에 산뜻한 그린이 있는 작품 N.16을 즐감하겠다고
핸폰 화면까지 깔고 갔건만 그 옆 로스코 레드에 가슴이 무너지던 아이러니...
착각인가 몇 번을 되돌아가 그 앞에 서보다가 주변인들이 눈치챌까 그렁대는 눈물샘을 참고 나왔다.
"무엇일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규모를 표현할 수 있는 만큼 전달하고자 한다. 고요한 평온, 인간이 가진 비극적
심연을 화폭에 담아낸다.
로스코 그림에 대한 정의인가 그런 것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겉보기에 멀쩡한 나의 심연은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무엇이 쌓여 와 이 뜬금없는 울컥함은 당황스럽다.
물이 너무 맑아 쉽게 살아내지 못할 거라던 어느 법당스님의 충고를 잘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얻은 상흔들이 로스코의 심령술 같은 작품 앞에 서면 스멀스멀 배어 나온 것인 지도...?
현대미술 갤러리가 많은 뉴욕 첼시에서 페이스 갤러리를 두 번 들렀던 기억이 있다.
이태원 페이스 갤러리에 찾아온 이 가을 로스코의 임팩트도 나를 두서없이 휘저어 한참을 아래층 난간에서
머물다 왔다. 언제 다시 충분히 독립된 공간에서 로스코의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를...!
한남동까지 걸어가 약속된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그날 수저를 들다 Tv에서 한강이 노벨 수상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또 한 번 넋이 나갔다. 밥 딜런 때도 좀 놀랐지만 그 느낌의 성질과는 좀 다르지 않은가?
세상이 젊어지고 있다는 현실감도 든다. 아님 내가 삶의 궤도 밖에 이미 반쯤 걸쳐진 나이임을
잊고 사는 지도...
어느 날인가는 어머니가 햇볕 드는 툇마루에 앉아 선인장 화분을 손보시며 부르던 '봄날은 간다' 한 구절을
내가 따라 하고 있었지 않나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부쩍 다가온 느낌은 알수 있다. 빠른 여행 계획으로 일정을 잡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건강하게 남은 햇수를 가늠하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