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아침나절부터 더위 시작.
밤사이 두 권의 책을 읽다 새벽쯤 잤건만 겨우 3시간 만에 깼다.
무언가 조금 먹어야 다시 잘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냉장고에서 브런치 재료를 찾는다.
요즘 식재료는 주로 근처 로컬장터에서 사 오는 부추나 미나리, 가지, 갓 따온 못 생긴 토마토 같은 것들인데 여름날 브런치는 부추나 미나리 전 같은 것으로 대신하는 일이 많다.
매운 풋고추 몇 개와 자투리 해산물 같은 것이라도 합치면 금방 몇 장의 여름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한 잔의 카페인...
이사를 오기 전에는 길 건너 스벅에서 아침커피를 샀는데 이 동네는 가까운 폴 바셋 원두를 사서 집에서 내린다. 많은 것들이 변한 곳이지만 나름 직장 20년 이상의 발자취가 있던 동네라 잠시 거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말 아침에 비싼 요즘 물가에 한 바구니에 5천 원이면 대부분의 것들을 살 수 있는 농협의 로컬 장터를
찾는 재미나 10분 거리의 백화점 오전 식당가에서 다양한 종류의 브런치 뇨끼를 먹어 보는 여유도 괜찮다.
혼자 먹기엔 좀 억울한 분량이라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되지만...
로컬 장 보는 재미는 더 나아가 새삼스레 아들에게 갖다 주는 밑반찬까지 만들게 됐는데
Facebook 사진으로 몇 장 남겼더니 어느 날 요리동호회의 메인 화면이 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그러다 '내 앞에 놓고 밥 먹고 싶다' 같은 댓글들에 재미져 이왕 만드는 반찬에 몇 번 더...
나 요즘 뭘 하고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