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첫 해는 통합학급을 담당할 남자 교사가 필요해서, 올해는 내가 자원해서다. 처음 1학년을 맡았을 때는 어디까지 도와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 해를 지내보니 웬만한 건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올해는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맡기고 있다.
자리와 사물함도 각자 원하는 곳을 선택하고, 우유와 안내장도 스스로 관리한다. 자기가 쓴 교실 공공 물품은 스스로 책임지고 정리하고 청소도 마무리한다. 교실 환경도 앞뒤를 모두 아이들의 자유로운 작품으로 꾸몄다. 대부분의 수업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고르고 재료나 방법 등도 선택하는 등 자유도가 매우 높다. 이미 손에 물집이 잡히다 터진 자리가 단단하게 굳어질 정도로 철봉과 구름 사다리를 타는 아이들도 있다.
그 중 백미는 학급회의였다. 3월에만 벌써 두 번의 학급회의가 끝났고 다음 주 회의안건이 발의된 상태다. 첫 번째 안건은 신발장 자리 정하기였고, 두 번째는 제티(우유에 타먹는 초코가루) 문제였다. 둘 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회의 개최를 요구했고, 과정과 결과에도 만족해한다. A와 B 사이에서 논쟁을 하다가 누군가 변증법적으로 C를 제안하는, 모범적인 과정이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한국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너무 못 미더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최소한의 도움만으로도 어른보다 나은 경우가 있는데 말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걸 돌려줘야 한다. 자유로운 시간과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스스로 가꿀 수 있는 삶터를.